러 로마노프 왕조 출범 400주년 기념식이 서서히 저물어간다, 그 공과
러 로마노프 왕조 출범 400주년 기념식이 서서히 저물어간다, 그 공과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3.12.13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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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1613∼1917)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차르의 개인 편지가 경매에서 고액으로 팔려나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올해는 로마노프 왕조 출범 400주년이다. 볼셰비키 혁명으로 러시아 역사에서 왕정이 사라진 지 96년이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노프 왕조를 기리는 전시회도 지난 11월 한달 동안 열렸다. ‘로마노프: 나의 역사’는 러시아정교회, 문화부, 모스크바 시가 공동 주최했다. 로마노프 왕조의 1대 차르(황제) 미하일 1세부터 볼셰비키 혁명으로 강제폐위돼 처형당했던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까지 로마노프 왕조의 역사와 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많은 관람객이 크렘린 인근의 마네즈나야 광장에 있는 역사박물관 전시회를 찾았다. 겨울 시즌에는 전시회 등 실내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호응을 받았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도 개막식에 참석했다.

지난 2월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러시아정교 최고지도자 키릴 대주교의 집전으로 1대 차르 즉위를 기념하는 미사가 열렸다. 이 기념미사에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 유럽 곳곳으로 흩어졌던 왕실 후손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1918년 예카테린부르크의 이파티에프 하우스에서 가족과 함께 총살당했던 니콜라이 2세를 추모하는 미사가 열렸고, 11월 4일에는 크렘린에서 왕실 무도회를 재연하는 행사가 처음으로 화려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로마노프 왕조 400주년 기념행사들을 러시아 정부가 사실상 주도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의 영광스러운 과거 역사를 되살려내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쳐 왔으며, 최근에는 역사학자들에게 러시아 역사 교과서를 다시 쓰도록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서는 국가의 안정과 외세 개입을 배격하는 ‘푸틴주의’를 합리화하기 위해 역사와 왕실을 이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심지어 푸틴이 21세기 차르가 되려는 야심을 숨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왕정시대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추세이다. ‘전 러시아 여론조사 센터’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28%가 차르 통치체제의 부활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사람이 차르가 됐으면 좋겠는가’란 질문에는 6%가 로마노프 혈통의 왕족, 13%는 현재 활동 중인 정치인을 차르로 임명하자는 의견을 나타냈다.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다 이해한다.

하지만 “차르는 과거의 역사로 남겨두자”는 의견이 6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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