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동진정책에 밀리는 푸틴 대통령의 '야망'
EU 동진정책에 밀리는 푸틴 대통령의 '야망'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4.07.07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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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최근 유럽연합(EU)와 경제협력협정을 맺은 우크라이나 몰도바 그루지야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지난 5일 몰도바의 정육제품 수입을 위생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금지했으며, 전날에는 우크라이나산 치즈 등 유제품 수입을 막았다. 누가봐도 명백한 경제보복의 일환이다. 

이와관련,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미 “우크라이나와 몰도바가 확실히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로서는 한때 구소련의 일부였으며, CIS국가의 이탈을 이런 식으로라도 막을 수 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만 해도, 싼값에 천연가스를 제공하고 급한 자금을 융통해주는 등 온갖 지원을 했지만, 결국 반정부투쟁의 방식으로 EU와 협력협정을 맺었으니, 무역 보복밖에 남은 게 없는 셈이다. EU가 경제협력을 미끼로 CIS 국가들을 공략하면서 러시아 턱 밑까지 동진·확대하려고 하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5월 29일 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창설하는 안에 서명했다. 이들은 그동안 러시아와 관세동맹을 이끌어왔는데, 내년 1월1일 EEU를 정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아르메니아와 키르기스스탄은 올 연말까지 합세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EEU를 발판 삼아 EU에 맞설 '제국 부활'을 꿈꾸고 있다.

반면 EU는 꾸준히 동진전략을 계속 중이다. 과거 소련의 영향권하에 있던 동유럽을 거의 잠식하고, 이제는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 영토까지 넘보고 있다. EU협력협정은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중심으로 한 경제부문과, 사법·안보 분야 협력 등을 규정한 정치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인구 5억의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인 EU 28개국과 교역할 때 상품에 대한 관세 장벽 철폐, 비관세 장벽 축소, 서비스 및 자본 이동에 대한 장벽 축소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EU와 경제협력 협정을 맺으면 GDP(국내총생산)이 매년 12억 유로(약 1조6600억원)씩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러시아 경제에는 타격이다. 값싸고 품질 좋은 유럽 상품들이 무관세로 우크라이나에 들어온 뒤 국경을 거쳐 러시아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등에서 상품을 조립하거나 가공해 옛 소련권 관세동맹 국가로 공급하려 할 수도 있다. 

러시아로서는 EU의 동진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게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등과  EU사이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관세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CIS 자유무역지대 소속 국가들에 제공해오던 수입세 면제 등의 특혜를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또 우크라이나·몰도바 등을 통해 들어오는 유럽 상품들에 대한 관세 인상 등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등이 이익만 보는 게 아니다. 러시아 등 옛 소련권과의 경제협력 관계 단절로 심각한 경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몰도바는 여전히 CIS 회원국이고, 우크라이나는 CIS 탈퇴 과정에 있다. 그루지야는 CIS를 탈퇴하긴 했지만, 지정학적으로 러시아 등 CIS권과 교역을 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카자흐스탄이다. 최근 카자흐가  EU와 협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카자흐는 이미 1995년 EU와 협력협정 체결했지만, 자원대국이자 중앙아시아권역에 속하는 카자흐조차 유럽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 EEU창설이 무의미해진다.

EU도 마냥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동진정책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 러시아가 유럽 대륙의 가스 수요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있다. 그래서 EU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조만간 러시아와 3자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EU 협력협정 체결에 따른 문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측에 냉정한 대응을 요구할 방침이지만 러시아로선 눈뜨고 당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첫 만남부터 심상찮은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신경전도 예상해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교전 상태도 3자 협상에 이런 저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직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국면이고, 누가 외교전에서 승리할 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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