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을 펴낸 러 유학파 김연경씨
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을 펴낸 러 유학파 김연경씨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9.11.2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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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서울대 노어노문학과에 입학해 80년대 학번 선배들과 사회주의 이론을 공부한 김연경씨가 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을 펴냈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석ㆍ박사를 마치고 러시아 유학까지 끝내고 막 돌아온 서른 살의 문턱에서 인생을 본 느낌을 소설로 소화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꿈과 현실은 불협화음을 내기 마련이어서 몽상과 환멸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소위 요란했던 잔치의 쓸쓸한 뒤끝처럼 운동권의 동력이 떨어지고 대학가에 허무주의가 만연했던 시절에 다시 희망과 기대를 갖고 시작했던 모든 것에 대한 좌절과 허무함을 소설속에 담은 셈이다.

'고양이의 이중생활'(민음사 발행)은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꿈이란 것이, 오래 전 화석이 된 '사회주의 혁명'이다. 등장인물은 사회주의 이론을 공부하는'PtRe('Proletariat Revolutionㆍ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약자)'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다. 고시 낙방생으로 사회과학 서적을 번역하는 일로 근근이 입에 풀칠하는 김철수, 치과의사 아버지를 둔 강남의 명문대생 권민우, 민우를 짝사랑하면서 좌파들의 인간관을 비웃는 여대생 안정현, 딸 셋을 둔 가장으로 중학생 딸의 영어 숙제도 도와주지 못해 쩔쩔매는 하급 노무자 강 주임, 콜라와 햄버거에 환장하지만 입으로는 민중혁명의 대의를 역설하는 요물 같은 일곱살짜리 소녀 딸기.

이들 사이버 혁명가들은 급기야 소비에트혁명 기념일인 11월 7일 서울에서 폭탄 테러를 하자는 작당을 한다.

저자가 한국과 러시아에서 배운 마르크스 이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유감없이 펼쳐지는데, 하긴 대학가에서도 이런 모임은 없어진 지 오래다. 그러나 소설속 주인공드은 마르크스의 이론이 레닌에 의해 어떻게 변형됐고 어떻게 실제 혁명으로 이어졌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그들의 작당은 그러나 "각오만 비장했지 모든게 다 부실공사"인데, 그 거창한 모의는 권민우 집의 방 하나를 태워버리는 허무한 '불장난'으로 끝난다.

김씨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악령' 등 여러 권을 번역한 러시아문학 번역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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