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휴전속 신경전, 유럽 '추가 금융 제재' 러 '영공 통과 금지 보복'
불안한 휴전속 신경전, 유럽 '추가 금융 제재' 러 '영공 통과 금지 보복'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4.09.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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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간의 휴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정대로 시행키로 했다. 이에 러시아는 비행금지 등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며 유럽-러시아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는 8일 러시아 최대 국영석유기업인 로즈네프트를 비롯해 주요 에너지 관련 기업 3곳을 유럽 시장에서의 자본 조달 제재 기업 리스트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그러나 유럽에 천연가스를 생산, 수출하는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같은 조치는 이번 제재조치가 유럽 에너지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국책으로 보인다.

미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EU의 대 러시아 추가 제재안은 1조 루블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러시아의 국영 석유 기업들 중 석유 판매 및 운송 부문에서의 매출이 절반 이상에 달하는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서 자본 조달이 금지된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가즈프롬의 석유 부문 자회사인 가스프롬네프트와 트란스네프트, 로스네프트 등 3대 석유회사가 대상이 된다. 이들 3개 기업은 유럽 금융시장에서 30일 이상의 자금 차입이 금지된다.

EU는 지난 7월에도 러시아의 스베르방크와 VTB 등 5개 국영 은행들에 대해 자금 차입 기간을 기존의 90일에서 30일 이내로 단축하는 제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EU는 그러나 우크라이나 상황에 따라 제재 조치를 무효화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우크라이나 상황은 현재 휴전합의에 따라 상호 포로교환을 준비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러 곳에서 포격 소리가 들리는 등 휴전 자체가 불안한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휴전 돌입 이틀만인 7일 항구도시 마리우폴 인근에서 포격이 발생해 민간인 여성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또 8일 오전에도 마리우폴 동부에서 산발적으로 포격이 들려왔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은 자신들은 휴전 조항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으나 상대측이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포격을 상대 탓으로 돌렸다. 우크라 정부군은 밤새 반군이 5개 도시에서 휴전을 어기고 공격을 재개했다고 주장한 반면, 반군은 정부군이 도네츠크 인근 마을을 습격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추가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제27차 유엔 인권이사회 개막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교전 사태로 지금까지 3천명 이상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현지 경제일간지 베도모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유럽 항공기의 러시아 영공 통과를 금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에너지 부문, 더 나아가 러시아의 금융 부문에서 추가제재가 이뤄진다면 우리는 영공 비행 금지 등 '비대칭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다만 '우호적인 국가'들은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 것이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서방 항공사가 우리 영공을 우회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많은 항공사가 파산에 처할 것"이라면서 "이는 나쁜 역사가 될 것이며 우리의 서방 파트너들이 이를 깨닫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럽의 주요 항공사들은 아시아 지역으로의 운항을 위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상공을 통과하는 단거리 노선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영공을 폐쇄하면 북극 상공으로 우회 비행이 불가피해 연료비 상승과 비행시간 연장 등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드베데프는 또 "경제 제재는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 것이고 이는 상품 공급 중단보다 더 무서운 국제 안보시스템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추가 제재) 결정을 내리는 사람 중에 미친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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