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영공통과 금지에 이어 유럽행 '가스 밸브 잠글 수도..
러, 영공통과 금지에 이어 유럽행 '가스 밸브 잠글 수도..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4.09.09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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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쥐고 있는 유럽행 가스 밸브. 2009년에 이어 또 한번 푸틴 대통령이 이를 사용할까? 그럴 경우 유럽은  ‘가스대란’ 공포에 빠질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산 가스 재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 항공사들에 대한 러시아 영공 통과 금지에 이은 또 하나의 대 유럽연합(EU)의 보복 조치라고 할 수 있다. EU가 러시아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가스 밸브 카드'와 '영공 통과 금지 카드'를 꺼낼 태세라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된 이후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인근 국가들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FT에 따르면 이들 국가 러시아 가스 의존도도 낮지 않다. 2012년 기준으로 폴란드 79.8%, 체코 100%, 슬로바키아 99.5%, 루마니아 86.1%, 불가리아 100%, 그리스 59.5%, 헝가리 43.7%, 불가리아 100% 오스트리아 71% 등이다. 러시아 가스가 끊기면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석유화학, 중공업, 조선, 자동차 등 동유럽 제조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 경우 독일(35.7%), 이탈리아(28.1%), 프랑스(15.6%), 네덜란드(11.2%) 등 러시아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서유럽도 연쇄적으로 가스난에 기달리게 돼 있다. 

유럽 전체 천연가스 수요의 31%가 러시아산이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브라더후드’와 ‘소유즈’를 통한 공급량이 절반인 15%를 차지한다. 즉, 우크라이나로 통하는 가스 밸브를 잠그면 당장 유럽 가스 수요량의 15%가 부족해진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만 해도 약 500억㎥에 달하는 연간 가스 소비량의 50% 안팎의 물량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다. 올겨울에만 50억~100억㎥의 물량을 수입하지 않으면 겨울을 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그렇다면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없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이 지난해 유럽에 수출한 천연가스는 1550억㎡로, 유럽 전체 수요의 31%에 달했다. 앞서 지적했듯이 핀란드, 발트3국, 체코, 불가리아가 지난해 수입한 가스는 100% 러시아산이었다. 

번스타인연구소는 유럽이 150억㎥의 주거용 및 산업용 가스 수요를 줄일 경우, 2150억달러 추가 투자가 필요하고, 에너지 비용이 370억달러 상승하며, 결국 1인당 160달러씩 가격인상이 초래된다고 추산했다. 물론 이론 상으로는 러시아산 대체재가 없는 건 아니다. 영국 석유회사 BP 컨소시엄이 개발하고 있는 카스피해 가스전, 카타르와 나이지리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영국의 셰일가스층 개발, 길게는 재생에너지까지 있다.

에너지 자문회사 우드 맥켄지의 마시모디 오도라도는 “2018~2020년에 유럽 수요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LNG는 대안이 되지 못할 것으로 FT는 분석했다. 유럽에도 20개의 LNG 저장플랜트가 있어 연 1980억㎡를 수입능력을 갖추고 있고, 연 300억㎡ 규모로 추가 증설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LNG 가격이 오르면서, 유럽의 LNG 수입은 최근 급감했다. 영국 BG그룹에 따르면 작년 유럽의 LNG 순수입은 480억㎡으로 2014년 이래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도라도는 “전세계 LNG 생산이 1500억㎡ 증가가 예상되지만, 아시아 수요도 다 충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가격 하락 가능성을 낮게 봤다. 

유럽은 셰일가스 개발에 소극적이다. 프랑스와 불가리아는 아예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나마 적극적이던 폴란드에선 60개 탐사지대에서 생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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