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지정학적 변혁을 보는 시각이 다르니, 대응도 다르다.
유럽의 지정학적 변혁을 보는 시각이 다르니, 대응도 다르다.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4.10.25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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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유럽의 지정학적 판도 변화를 보는 시간은 다양하다. 크게는 서방과 러시아가 대립하고, 부분적으로는 사안별로, 시기별로, 분야별로 또 부딪치거나 공유한다.

미국의 주도의 세계 질서 재편에 불만은 지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전히 한 축이다.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4일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열린 국내외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소위 '냉전의 승리자들'이 세계를 자기들 마음대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재단하기로 작심했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현 국제 질서를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 주도의 대 러시아 제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조성된 국제관계와 국제법,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면 곧바로 이 시스템을 낡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선언해 버린다"고 공격했다. 서방측이 국제 질서에서 새로운 견제 세력으로 떠오른 러시아와 중국 등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인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중국이 끊임없이 미국의 슈퍼파워에 도전하고, 이를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이 흐름을 미국측 전문가들은 무시한다. 

방한한 미래전략가 조지 프리드먼(65) 스트랫포(Stratfor) 회장은 최근 국내 언론과 만나 "21세기 중심축이 미국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건 환상"이라며 "21세기는 여전히 미국 파워의 전성시대가 될 것"이라는 주장했다. 그는 "아직 미국의 하드파워에 필적할 나라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러시아가 다시 부상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의 발언권으로 위상 강화를 꾀하는 것 같지만 결국 2020년쯤 분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도 같은 시각으로 우크라이나 시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단기적 부상을 어떤 식으로든 막아야 하며, 그럴 경우 러시아는 쇠퇴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외신에 따르면 소로스는 23일 유럽 언론과 회견에서 "설사 (EU 회원국이) 재정에 부담이 가더라도 (러시아와의) 전쟁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우크라이나는 물론 나토와 EU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합하지 않으면 푸틴의 야망이 우크라이나를 넘어서는 것을 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더 제국적 확장을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막아야할 사태다.

이를 입증하듯, 나토 측이 러시아의 공중 정찰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최근 발트해 상공까지 정찰기를 투입시키자 냉전후 처음으로 나토 소속 전투기들이 발진해, 공중 정찰을 제지했다. 냉전 종식 이후 유럽에서 러시아 정찰기가 나토 전투기들로부터 제지를 당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러시아측이 도발도 하지 않았고, 그러니 나토 전투기가 발진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쪽 러시아령인 칼리닌그라드에 있는 발틱함대 사령부에서 일류신(IL)-20 정찰기가 이륙해 에스토니아 상공을 거쳐 덴마크 영공까지 접근했다. 이때 덴마크 F-16 전투기들이 발진해 러 정찰기를 밀어냈고, 정찰기는 나토 비회원 국가인 스웨덴 영공으로 날아갔지만, 스웨덴 역시 전투기를 띄워 러시아 정찰기의 접근을 막았다.

나토는 지난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자국 영토로 공식 합병시킨 이후 러시아 전투기들이 폴란드와 발틱해 상공에 빈번하게 나타나자 정기적으로 전투기를 발진시켜 정찰 업무를 강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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