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7년 전 한국에 와 전남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으나 의사로 활동하지 못하고 러시아로 출국했다. 다시 한국을 들어왔을 때 그녀는 러시아 환자들을 위한 코디네이터가 됐다. 순천향대서울병원에는 지난 5월에 입사했다.
코디네이터는 외국인 환자의 진료 예약부터 픽업, 통역, 진료와 수술·회복 후 관리, 퇴원 및 귀국 후 케어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한다. 차씨는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러시아 의사 출신이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대학병원에는 중증질환자 또는 건강검진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녀는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현지(러시아)서 진료차트를 함께 첨부해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차트를 보면 어떤 증상인지, 어떤 과에서 무슨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빨리 파악할 수 있다"고 웃는다. 러시아 의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외국인환자는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고 오는 사람들"이라고 전제, "만약 언어와 문화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마음놓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녀도 한국에서 의사로 일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하지만 러시아 의사는 한국어로 의사국가시험을 다시 치러야 한다. 차씨는 "먼저 입국한 의사 친구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데, 제가 되겠어요"라고 말하며 직업을 의료 코디네이터로 바꿨다고 했다. 실제로 러시아 국적을 가진 고려인 4세가 어학당에서 배운 한국어 실력으로 의사국시를 치르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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