넴초프 안장, 배후는 여전히 오리무중? EU의 러시아 제재 부작용도
넴초프 안장, 배후는 여전히 오리무중? EU의 러시아 제재 부작용도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5.03.04 0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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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된 러시아 야권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의 장례식이 3일 모스크바 안드레이 사하로프 인권센터에서 치러졌다. 크렘린 인근에서 괴한의 총을 맞고 사망한 지 4일 만에 넴초프의 시신은 모스크바 서쪽 트로예쿠로프스크 묘역에 안장됐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장례식에는 카시야노프 전 총리 등 야권 지도자들과 존 테프트 주러시아 미국대사 등 외국 조문단이 다수 참석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조화를 보냈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와 세르게이 프리호디코 부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석했으며, 니콜라이 페도로프 농업부 장관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폴란드와 라트비아 정치인들의 입국을 막았다. 폴란드에서 반공주의 운동을 이끌었던 보그단 보루세비치 폴란드 상원의장, 유럽연합(EU)에서 대러 강경 발언을 주도했던 라트비아의 산드라 칼니에테 유럽의회 의원 등이 입국을 거부당했다. 반 푸틴 시위의 상징이 된 유명 블로거 출신 변호사 알렉세이 나발니 역시 조문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날 오전 흰 천이 덮인 넴초프의 관은 장례식을 위해 인권센터로 옮겨졌다. 장례식장은 넴초프의 마지막 얼굴을 보기 위해 모여든 그의 동료들과 지지자들 수천명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의 시신은 매장됐지만, 넴초프가 어떤 세력에 의해 왜 살해됐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시 함께 있던 여자친구인 우크라이나인 모델 안나 두리츠카야는 경찰 조사에서 “총을 쏜 사람이 뒤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누구인지 보지 못했다”면서 “내가 본 것은 옅은 색의 차 한 대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어머니는 미국 CNN방송에 “딸이 2일 새벽까지 경찰의 신문을 당했으며 당국이 그녀의 변호사를 떼어놓겠다고 위협했다”면서 “딸은 당국이 넴초프의 죽음에 자신을 연루시킬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넴초프의 죽음에 우크라이나 정부군 산하 부대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내놨다. 현지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푸틴 대통령 저격을 기도했던 체첸 출신 아담 오스마예프의 ‘조하르 두다예프’ 부대가 러시아 정치 상황을 혼란스럽게 하려고 넴초프를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3일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던 유럽 정치인의 입국을 막은 러시아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러시아 당국의 자의적인 입국 거부는 외교 관계의 기본 원칙을 깨뜨리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행위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으며 이는 EU와 러시아 관계를 더욱 후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EU가 자초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폴란드 외무부는 “EU가 러시아 상원의장을 제재 대상에 올린 데 대한 보복”이라고 비난했다. 

EU는 지난해 3월 러시아의 크림 병합 이후 러시아 관련자 및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에 대해 수차례의 제재를 부과했다. EU는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151명의 개인과 37개 단체에 대해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 경찰은 넴초프 추모 행진에 참가하려던 알렉세이 곤차레이 우크라이나 의원을 구속했다. 그의 출신 도시 오데사에서 지난해 일어난 방화사건에 개입한 혐의다. 지난해 5월 러시아 남부 도시 오데사에서 우크라이나 친정부 시위대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대치하던 상황에서 친러 세력이 모여있던 노조 건물이 방화로 불이나 38명이 사망했으며, 이 사망자 가운데는 다수의 러시아인들도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에게는 오데사 방화사건이 일련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가장 아픈 기억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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