넴초프는 가고, 남은 러시아 반 정부 지도자는? 그들은 지금
넴초프는 가고, 남은 러시아 반 정부 지도자는? 그들은 지금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5.03.04 0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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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의 피살로 러시아 야권 지도자 한명이 떠났다. 그 자리를 누가 메울 것인가? 외신들은 넴초프 뒤를 이을 차기 리더로 몇몇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뚜렷하게 부각되는 주자는 없다고 전한다. 

러시아 야권이 가장 활성화 한 때는 2011년 말 총선이후다. 총선 부정선거 이슈가 터지면서 야권은 대규모 거리 시위를 벌였고, 뒤이어 푸틴 대통령의 3기 중임을 반대하는 '반 푸틴' 시위가 거리를 휩쓸었다.

이때 시위를 이끌면서 야권 지도자로 우뚝 선 사람이 유명블로거 출신 변호사 알렉세이 나발니와 세르게이 우달초프(38)다. 두 사람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이후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나발니는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나서 '돌풍'을 일으켜 지명도를 더욱 높였으나, 우달초프는 여전히 재야인사로 남아 반 푸틴 시위를 주도한다.

또 정부 출신의 지도자 넴초프 전부총리, 카시야노프 전총리가 부정선거 규탄과 반 푸틴 대규모 거리 시위에 힘을 보탰고, 기존의 야당 지도자들도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야권은 푸틴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승리로 기가 꺾었고, 폭력사태로 번진 거리시위로 다수의 시위 참가자들이 재판에 회부돼 형사 처벌을 받았다.

이후 가라 앉기 시작은 야권의 분위기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 제재, 계속되는 경제 침체 분위기 속에서 가라앉아 있다. 넴초프 전부총리의 피살로 반짝 대규모 거리 시위가 진행됐지만, 그의 안장후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게 틀림없다.

여기에는 두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다. 푸틴 정권의 박해다. 진보진영 인사들은 정권의 박해를 견디다 못해 러시아를 아예 떠나거나 일상적 삶과 타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시위를 통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많다는 걱정이 야권 인사들의 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TV 등 언론의 통제다. 이들의 목소리는 러시아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전국 TV네트워크에서 사실상 차단돼 있다는 점이다. 나발니라는 걸출한 야권지도자가 온라인(블로그)을 통해 나왔다고는 하지만, 러시아의 땅덩어리와 국민정서를 감안하면 아직은 TV를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 평론가 콘스탄틴 폰 에게르트는 BBC에 기고한 글에서 "야권 명망가들이 러시아 야권을 위해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수 있는 동력을 아직은 만들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제도권 내에 들어와 있는 야당은 원내 거수기 역할에 거친다는 비판이 많다. 러시아 의회는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주도하는 가운데 3개의 명목상 야당들이 원내에 진출해 있다. 그래서 야권지도자를 제도권 내에서 찾기는 힘들다.

넴초프 외에 전국적 지명도를 갖고 있는 야권지도자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부는 투옥돼 있거나 해외 망명 상태에 있는 등 신분상의 제약이 있다. 한때 러시아 최고 부자였던 미하일 호도로프스키는 투옥과 망명을 거듭한 끝에 투핀의 사면으로 2013년 풀려났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에 거주하면서 '열린 러시아 재단'을 만들어 정권 교체를 위해 노력하겠고 천명했지만 국내 영향력은 불확실하다.

푸틴 측근들의 부패를 폭로하면서 각광받은 나발니는 2001년 현재 가택연금 상태다. 그의 동생은 최근 3년 반의 실형선고를 받는 바람에 그의 도덕성도 공격대상이 됐다. 그는 이번 넴초프 피살 항의 시위에 아예 참석도 못했으며, 3일 장례식 참가도 불허됐다.

자유롭게 남은 인사가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총리다. 푸틴 대통령의 첫 임기 중에 총리를 지냈던 카시아노프는 2004년 해임된 후 야당지도자로 변신했고, 2008년 대선 출마를 시도했으나 지지자 서명 확보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을 거부당했다.
22세에 최연소 세계 체스챔피언에 올라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개리 카스파로프는 정치적 영향력이 아직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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