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측이 인정했다는 한의학 학위를 문제삼는 우리 의료계, 속 좁은 처사
러시아측이 인정했다는 한의학 학위를 문제삼는 우리 의료계, 속 좁은 처사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5.04.08 0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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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계에서 한의학과 의학간의 밥그릇 싸움이 한창이다. 첨단 의료기기를 한의학계 측이 사용할 수 있느냐를 두고 벌이는 한판 싸움이다. 여기에 한의학을 국제적으로 인정하느냐 여부도 논쟁에 가세했다.

러시아측이 한의사 학위를 자국의 의사 학위와 동일하게 인정했다는 사실이 그 계기다. 잘 알다시피 러시아에서 초중등 과정을 나온뒤 한의과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한의협 국제이사를 하는 분이 러시아에서 의사학위와 동등한 자격을 인정받았다.
한의협 김필건회장은 '한의약 해외거점구축 지원사업' 일환으로 한의학 진출 사업을 추진한 결과, 한국 한의사 학위가 러시아 내 현지 의사(6년제 의대 졸업자) 학위와 동등하게 인정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의협 측은 "러시아 교육부 산하 해외교육감독국(글라브엑스페리센트르)의 인증 과정을 확인한 결과, 해당 인증과정은 서류작업으로만 이뤄지는 부실한 과정이었다"며 "한의협이 주장하는 학위 인정은 단지 러시아에서 의사고시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 것이지 의사면허증이 주어진 것도, 의료행위가 허용된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의협은 지금까지 늘 배타적이었다. 러시아에서 6년제 의대를 졸업해도 국내에서는 의사고시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한의학과 관련, 러시아에서는 북한출신 한의사가 모스크바 등지서 큰 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 한의학 자체를 의료 과정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경험에 따르면 북한이 운영하는 모스크바 한의원에는 수많은 현지인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마치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듯이 중증환자들도 드나든다. 그 한의원이, 한의사가 러시아에서 어떤 허가를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한의학의 독특한 치료및 시술 방법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러시아말을 잘 구사하는 한의사가 러시아 의과대학 출신자와 같은 학위를 인정받은 것은 무리도 아니다. 수많은 민족이 모여사는 러시아 같은 곳에서는 민족별 전통의학을 인정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의학계와 일반 의료계의 싸움이 밥그릇 싸움이라는 걸 국민들은 잘 안다. 한의학이 여러 분야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러시아 등 해외로 나가 거점을 구축하는 해외진출마저 시비를 걸 일은 아니다. 오히려 격려해야 하지 않을까?

의협은 "더욱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학위를 인정받았다고 주장한 한의협 국제이사의 출신대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한의학 교과과목들을 영어로 번역했을 때 의대 교과과목과 혼란을 줄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현재 러시아에는 '한의사'라는 존재 자체도 없는 상황"이라며 "러시아 당국에서 의사와 한의사를 혼동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제했다. 북한측이 러시아에 한의사들을 보내 종합병원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 속이 좁은 의료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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