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IT 기업 얀덱스를 만든 혁신의 손 '아르카디 볼로즈 CEO'
러시아 최대 IT 기업 얀덱스를 만든 혁신의 손 '아르카디 볼로즈 CEO'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5.07.03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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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검색시장은 얀덱스가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판 구글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아주 쉽게는 러시아의 네이버 라고 보면 된다. 얀덱스를 만든 이는 아르카디 볼로즈다. 현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그를 “혁신적인 아이디어 개발에 몰두하고 단기 실적보다 장기 투자에 주력하는 혁신가"라고 미국의 월스트리스 저널은 평한다. 최근에는 얀덱스의 모바일 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만큼 혁신적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볼로즈는 1986년 러시아 국립 굽킨 석유가스대를 졸업했으나 전공인 자원개발보다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대학때 그가 벌인 첫 사업은 학교 근처 주차장에서 벌인 중고 컴퓨터 판매. 당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혁 개방정책으로 자유시장이 곳곳에서 판을 벌일 때였다. 

그의 장사는 대 성공을 거뒀고, 학생으로선 꽤 많은 돈을 손에 쥐었다. 현지 언론은 볼로즈를 다룰 때 “ 이 때의 경험으로 어떤 사업이든 확신을 갖고 추진하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전한다. 그 후 그는 무선 네트워크 기술 전문 기업인 인피넷와이어리스와 네트워크·이동통신 설비 공급 기업 콤프텍 등을 설립, 운영했으며 검색 알고리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러시아에서 인터넷이 대중화하기 훨씬 전이었다. 

1990년 검색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아르카디아를 창업했고, 1993년부터 그의 학교 친구인 일리야 세갈로비치(2013년 위암으로 타계)와 함께 검색 엔진 개발에 주력했다. 이때 개발한 게 비구조화 정보 검색 엔진이다. 문서처럼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되지 않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는 검색 엔진의 성장 잠재력과 사업성에 확신을 갖고 1997년 드디어 얀덱스를 세웠다. 얀덱스라는 기업명은 ‘여기 또 다른 검색기(yet another index)’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10여년간 얀덱스는 쉼없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성장했다. 이제는 인터넷 검색과 메일, 뉴스, 동영상, 전자상거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됐다.

얀덱스의 임직원 수는 5000여명이다. 러시아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어권은 물론 터키에서도 서비스하고 있다. IT통계에 따르면 얀덱스의 러시아 검색 시장 점유율은 2위 구글의 2.5배에 달한다. 월간 방문자 수만 7000만명에 이른다. 검색 부문과 방문자 수 등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이다. 작년 매출은 9억240만달러(약 1조74억원)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볼로즈는 승부사적인 기질로 유명하다. 평소에는 온화하지만 목표가 생기거나 도전을 받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볼로즈 CEO의 성격을 “원하는 것이 있으면 고집스러울 만큼 밀어붙인다”고 묘사했다.

대표적인 일화가 구글과의 맞대결이다. 구글이 러시아 진출을 추진하던 2005년. 볼로즈는 구글에 얀덱스 인수를 제안했다. 구글은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싼 데다 굳이 얀덱스를 인수하지 않고도 러시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퇴짜를 맞은 그는 구글에 보란듯이 독하게 얀덱스를 키웠다. 철저한 현지화로 세계 검색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러시아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밀어붙였다. 2006년에는 '웹 방송 시스템'을 활용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또 친구 찾기 기능을 개발하고 결제대행사업부 얀덱스머니를 세워 현금카드를 활용해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노력으로 얀덱스는 한때 잘 나가던 포탈 사이트 '램블러'와 '메일닷루' 등을 제치고 검색 엔진 왕좌에 올랐다. 네이버가 야후나 다음 등을 제치고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한 것과 비슷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얀덱스의 성공에 대해 "러시아 문화와 습성을 잘 파악해 검색 시장을 공략했다”며 “구글의 다양한 콘텐츠가 러시아어로 제대로 바뀌지 않은 점도 얀덱스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볼로즈는 사업 확장을 위해 2007년 러시아 소셜네트워크(SNS) 기업 모이크루그를 사들였고, 2008년에는 러시아 도로 교통정보 서비스 기업 SMI링크를 인수했다.

개인적으로는 사심없는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오를 만큼 막대한 재산(12억달러)을 갖고 있지만, 특별히 운전기사나 비서를 두지 않기로 유명하다. 

얀덱스는 러시아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2011년 5월 미국 나스닥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얀덱스 주가는 공모가보다 55.4% 급등한 38.84달러에 장을 마쳤다. 당시 기업 가치만 80억달러에 달했다. 얀덱스는 상장으로 13억달러를 끌어모아 IT 기업 중 2004년 구글(17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로 증시에 데뷔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얀덱스는 역시 러시아어 기반이다. 영어 기반의 검색시장에서는 입지가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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