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보는 러시아측의 '불편한 진실'/웃을 수도 울 수도..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보는 러시아측의 '불편한 진실'/웃을 수도 울 수도..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5.07.07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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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를 보는 러시아의 심경은 복잡하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채권단의 긴축안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러시아는 그리스가 빠른 시일 안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리스가 유럽의 강한 채찍(긴축)을 견디며 유로존에 남아 있을, 또는 남아야 할 민족성을 지녔다고도 보지 않는다. 팽팽한 줄다리기끝에 한쪽으로 기울기보다는 줄이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건 결국 그렉시트(유로존 탈퇴)다.

외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리하체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제1차관은 5일 "국민투표 결과가 확정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다만 "추가협상에서 실패한 뒤 자국 통화를 재도입하는 등 유로존 탈퇴를 결정하더라도 EU 회원국으로 남아 정치적 안정만 유지한다면 역설적이게도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투자자들로는 러시아를 포함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양자 차원에서, 또 새로 설립될 BRICS 개발은행 등을 들었다. 

또 그렉시트가 중장기적으로 EU의 안정성과 통합을 도모하는데 이익이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리스의 문제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제도 등이 엄격한 유로존의 규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의 발언 속에는 러시아의 기대가 섞여 있다. 러시아로서는 그리스 사태가 유럽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의 대오를 흩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EU의 러시아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대놓고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다. 자칫 그렉시트로 유럽이 혼란이 빠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도 6일 "그리스가 조속히 채권단과 필요한 타협에 이르고 최상의 방식으로 자국의 경제와 사회 안정을 촉진할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며 "러시아는 지금까지 그리스로부터 자금 지원 요청을 받은 바 없고,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급 접촉에서도 이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조심스러운 태도다. 그게 피할 수 없는 러시아측의 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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