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사태 전개에 전전긍긍하는 미국과 EU, 러시아는 "느긋"
그리스의 사태 전개에 전전긍긍하는 미국과 EU, 러시아는 "느긋"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5.07.10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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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를 보는 눈은 디폴트로 상징되는 경제 분야를 넘어서야 한다. 그리스는 지정학적으로 나토의 남동유럽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를 유려하는 직접적인 이유다. 그리스의 이탈은 곧 러시아와 손잡는 것은 의미하기에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는 사태 전개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2차대전 종전 후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공산 세력의 확산 위협에 처한 그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1947년 3월 소위 '마셜 플랜'을 가동시켰다. 그리스와 터키에 대한 경제·군사 지원이 핵심이다. 그렇게 전후 세력 균형을 맞춰온 국면을 그렉시트로 무너지는 것을 미국은 원치 않는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러시아로서는 호기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그리스와 손잡고 유럽연합(EU)이나 나토의 결속력을 와해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그리스는 러시아와 정교(正敎)를 믿는 공통점이 있고, 독일과는 역사적 앙금이 남아 있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2차대전 당시인 1941년 1월부터 약 3년간 그리스를 점령해 그리스 국민을 강제 징용으로 희생시켰고, 고대 유물들이 약탈했다. 그런 독일이 앞장서서 채무 상환 압박을 가하자 그리스 정부와 국민이 반감을 품은 것이다. 마치 한일 관계를 보는 듯하다.

그리스는 1821년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5번이나 국가부도 사태를 당했지만 채무자이면서도 배짱이 두둑한 나라다. 2010년 첫 구제금융을 받은 이래로 지난 5년간 긴축 프로그램을 이행했으나 경제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이 구조적 문제를 개혁과 긴축을 통해 해결할 것을 강요하고, 그리스는 두둑한 배짱으로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이 충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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