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많은 젊은 벤처기업가들이 러시아 '엑소더스', '웨스턴 드림'을 꿈꾼다
꿈많은 젊은 벤처기업가들이 러시아 '엑소더스', '웨스턴 드림'을 꿈꾼다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5.08.19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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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창의적인 청년 벤처기업가들이 최근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몇 년 사이 '대박'의 꿈을 좇아 외국에서 자신의 벤처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러시아 출신의 창의적인 청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미국으로 향하지만, 일부는 영국 등 유럽으로 향한다. 

구 소련 시절에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서방으로 망명하는 유명인사가 적지 않았고, 러시아 초기에는 '부패 혐의'를 받은 올리가르히들이 러시아를 등졌다. 최근의 추세는 차원이 다르다. 창의적인 능력을 지닌 청년창업자들이 자신의 꿈과 능력을 더 넓은 세상에서 펼치기 위해 서방으로 향한다.

뉴스위크는 "러시아 벤처기업가들이 얼마나 해외로 빠져 나가는지 수치화하기는 어렵다"며 "적당한 비자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인이 미국으로 가는 비자를 받기는 힘들다. 다만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발급하는 특정 유형의 비 이민 비자 2종, 즉 피고용자용(사업가용) L1과 ‘탁월한 업적을 올린 외국인(outstanding aliens)에게 내주는 O1이다. 이 2종의 비자 발급이 지난 5년 새 꾸준히 증가했으며, L1 비자의 경우 2009~2014년 2배로 늘었다.

뉴스위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터크 스트리트의 평범한 2층짜리 주택에 모여 새로운 앱을 개발하는 신생벤처 기업 '루카'의 일상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모두 20대 러시아인들이 이 주택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식당의 선택 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올 획기적인 앱개발에 나서고 있다. 마치 페이스북 창업자들이 창고에서 꿈을 키운 것과 비슷하다.

주택의 널따란 거실은 사무실 역할을 하는데, 개발자들은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그냥 놔둔 채 눈을 붙이려 침실로 향하기도 한다. '루카'는 맛 좋은 음식과 식도락에 관해 만물박사인 '맛집 로봇'을 만들어 이 로봇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식당을 선택하게 하는 앱을 그리고 있다. 이 로봇에 입력되는 데이터 양이 많을수록 이용자는 더 즐겁게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러시아 신생 벤처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것은 러시아내 벤처생태계 때문으로 보인다. 벤처투자회사인 블럼버그 캐피털의 앨론 리프시츠  CEO는 “그들이 러시아 시장을 떠나는 것은 유동성 부족 때문"이라며 "러시아 개발자들은 때로는 마케팅과 상업적 능력이 부족하지만, 실제로 상당히 똑똑하고 유능하다”고 평가했다. 

한 러시아 여성자 벤처는 “경제위기가 발생한 뒤 러시아 IT 시장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고 말한다. 실제로 러시아 출신이 개발한 새너제이 기반의 트러커 패스는 트럭 운전자와 고객을 연결하는 앱이다. ‘트럭용 우버’로 불려왔으며, 1차 벤처 펀딩에서 최근 2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러시아 개발자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뉴스다. 

다른 측면도 있다. 루카 창업자 유지니아 쿠이다는 원래 모스크바에서 유명한 음식 저술가였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취득한 뒤 디지털 기업가로 변신했다. 그녀는 “러시아에선 요즘 정치나 자선사업을 하는 편이 낫다. 디지털 창업은 좀 맞지 않는 느낌"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한 달 사이 루블화 가치가 반토막 나고, 두 달 사이 은행들이 문을 닫고, 언제라도 누군가 들이닥쳐 그냥 회사를 빼앗아갈 수 있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길게 생각할 수 없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특정 분야에서 러시아의 실력이 아직 뒤떨어져 있다는 현실 인식이 서방 진출을 꿈꾸게 한다. 에카테리나 솔로메이나는 ‘퓨처 런던 아카데미(FLA)’의 공동 창업자다. 모스크바의 유명 디자인 기획사에서 일하다가 런던으로 건너갔다. 실제로 사업 프로젝트에 착수할 때 모스크바의 생태계 조성이 그녀가 마음 속에 품었던 목표 중의 하나였다. “러시아의 디자인 업계는 역사가 짧아 보고 배울 게 많지 않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런던에선 최고의 인재들 속에서 일한다. 그들에게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 사람들이 런던을 직접 경험하고 돌아가 자신들이 배운 것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으로 러시아 디자인들에게 서방의 최고 디자인 업계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을 벌여 승승장구 중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러시아의 IT 망명자는 역시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 VK.com의 공동창업자이자 전 CEO 파벨 두로프다. 그는 지난해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러시아를 떠났다. 그는 독일에서 이용자 통신 보안에 초점을 맞춘 인기 인스턴트 메신저 '텔레그램'을 개발, 운영한다. 그는 여러 서방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배후 조종해 VK를 빼앗아갔다고 주장한다. 반정부 세력과 친 우크라이나 단체들의 접속을 차단하고 그 구성원들의 신상명세를 제공하라는 사법당국의 요청을 번번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아직도 첨단 IT 업종의 사업을 하기에는 좋지 못한 환경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국으로 영국으로 신천지를 찾아 젊은 엑소더스가 이뤄지는 듯하다. 벨라루스 출신의 한 기업가는 "현재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벨라루스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을 목격했다. 그러나 미국은 대단히 진보적인 나라다. 그리고 신생 벤처기업에는 미래가 있는 곳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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