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연해주는
우리에게 연해주는
  • 운영자
  • buyrussia@buyrussia21.com
  • 승인 2004.06.09 0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이 연해주를 보는 글입니다.


나는 1989년 학술교류 협의차 옛소련을 처음 방문했다. 동서 냉전의 암울한 시기에 사회주의 종주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소련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학술교류 협의는 잘 진행되었고 이를 계기로 러시아 극동국립대학 및 연해주의 관계자들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후 일년에 한두번 연해주에 들르곤 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연해주 발전은 눈부셨다. 남북관계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바로 이 연해주가 남북경협의 거점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을 해보곤 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등 힘든 10년을 보낸 러시아는 이제 서서히 어둡고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국제 원유가의 꾸준한 상승, 각종 원자재 및 수산물의 수출 증가로 신흥 부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의 주요 도시는 시장경제의 정착과 함께 소비 도시이자 중국 동북 3성, 일본열도, 미국 알래스카주 등 동북아 경제권의 물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시베리아는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풍부하다. 우리로서는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하다. 시베리아는 에너지 대체 공급의 후보 지역으로 손색이 없다.

연해주는 물류 기지로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가 연결된다면 남북 경협의 해외 거점 지역으로서 충분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남북이 협력해 개성공단 건설이 진행 중이다. 추후 생산될 개성공단 제품은 전략물자 수출통제와 수입국 및 세계무역기구(WTO) 통일 원산지 규정 등으로 미국.유럽.일본 등에 수출할 경우 관세 장벽이 예상된다. 남북한과 러시아가 잘 협력한다면 연해주가 개성공단 생산 제품의 유망한 판로로도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일반 제조업의 기반이 취약해 전자제품. 식가공품. 의료용품. 자동차 용품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양질의 제품만 나온다면 연해주는 물론 이곳을 거쳐 모스크바, 나아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2000년 이후 푸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세 차례 정상회담이 열렸다. 양 정상은 연해주를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만드는 데 이해를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 위원장은 연해주의 경제.전략적 가치를 비교적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해주는 북한에 전력 등 에너지 공급지이자 삼림 채벌이나 건설분야 등 풍부한 일자리를 제공, 외화를 벌게 해주는 유망한 고용시장이 될 수 있다. 또한 자본과 기술이 적절히 뒷받침될 경우 만성적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광활한 농토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해주 관계자들은 남북한과 러시아의 적극 협력에 의한 TKR와 TSR 연결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3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재원 조달이 난제이기는 하나 철도 연결이 자신들의 지역 개발뿐 아니라 북한의 경제 재건, 나아가 동북아 번영의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연해주에는 중국과 일본 간의 미묘한 세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의 석유.가스 등을 유리하게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이 경쟁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을 적절히 견제하고, 동북아에서 자신의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해 남북한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보이고 있다.

연해주 관계자들은 남북한과의 협력 관계에 있어 북핵 문제가 최대의 걸림돌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러시아가 6자회담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배경도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러시아의 보다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이끌어낼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조만간 한.러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무준비팀은 연해주가 바로 우리의 동북아 정책에 적절하고 필요한 지역이라는 인식을 하기 바란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한.러 관계 정립, 연해주가 남북 경협의 거점 지역이 될 토대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