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대표 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350억달러의 재정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상업은행(NCB)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유지할 경우 149억달러의 재정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40달러대의 고공비행이 한 달 이상 지속하자 흑자 규모를 두배로 늘려 잡았다. 쿠웨이트도 70억~110억달러의 재정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OPEC 밖의 최대 산유국으로 원유.가스가 전체 수출액의 57%를 차지하는 러시아도 나라 살림이 든든해졌다. 상반기 재정흑자는 3541억루블(약 12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배에 달한다.
또 러시아 경제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9%에서 7.1%로 올렸다. 1998년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들쑤셨던 나라가 기름 덕에 오명을 씻어내고 있다.
러시아는 한편으로 표정관리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러시아 재무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의 7.1%에서 6.3%로 낮춘 것이 한 예다.
현재 배럴당 41달러인 우랄산 원유 가격이 내년에 28달러선으로 떨어질 것이란 '보수적' 전망에 기초한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전략기구인 에너지정보처(EIA)는 지난 6월 기준으로 올해 OPEC가 원유 수출로 벌어들일 돈이 지난해보다 19%, 2002년보다는 47% 늘어난 28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까지 유가가 계속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OPEC에 흘러갈 달러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이 밀집한 중동지역은 이라크 사태, 팔레스타인 분쟁 속에서도 올해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산유국들은 호황을 이어가기 위해 잇달아 산유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이들의 산유시설은 현재 가동률을 한계선까지 높여야 국제 원유수요를 가까스로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기업들도 중동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자원 부국이 꼭 부자 나라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미 컬럼비아 대학의 제프리 삭스 교수(경제학) 등 많은 전문가는 "천연자원이 풍부한데도 경제성장이 더딘 개도국이 많다"면서 "오일달러를 제대로 투자해 자본과 인적자원을 축적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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