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경제보좌관 일라리아노프가 대놓고 쓴소리를 한 이유
푸틴 경제보좌관 일라리아노프가 대놓고 쓴소리를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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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2.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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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가 "유코스 핵심 자회사 유간스크의 매각은 러시아의 미비한 법 제도를 보여주는 올해의 사기극"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23일 보도한 내용인데, 현직 보좌관이 어떻게 그렇게 실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지 의아스럽니다. 내용을 보면 더욱 의아해진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라리오노프 기자회견 내용의 제목을 `2004: 위대한 전환의 해`라고 붙였는데, "2004년은 유코스의 몰락과 함께 러시아 경제사회발전 모델이 완전히 전환된 해가 됐다"며 푸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위대한 전환의 해`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스탈린이 레닌의 부분적인 시장경제 정책을 완전 폐기하고 국유화를 서둘렀던 1929년을 지칭한 말이다. 푸틴의 정책이 스탈린의 그것을 따라간다는 뜻이고, 유코스 자회사의 국유화가 그 상징이라는 의미다.

전직 보좌관도 아니고, 현직 경제보좌관이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가 크렘린내 실로비키(강경파)들에 밀려 푸틴 정권 초기와 같은 힘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서 한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경제정책 결정도 경제보좌관인 자신의 결심보다 실로비키라는 정치적 집단의 힘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데 대한 불만의 표시다.

그는 회견에서 "러시아가 극도로 무능한 당국자들과 정부의 간섭을 받으면서 정부주도형 경제 국가로 바뀌고 있다"고 한 대목에서 그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크렘린내 권력투쟁 가능성이다. 푸틴이 의중을 정확히 읽은 복심 측근들과 현실과 비전을 제시하는 경제전문가들간에 의견충돌이 있고, 결국 측근들이 승리한 결과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 이렇게 엇나갈 경우 그가 권력의 인너서클에서 밀려날 지모른다. 어쩌면 그날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을지 모른다. 그 느낌은 본인만 알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밀려나기 전에 제대로 말이나 한번 해보자며 서방언론에 불만을 털어놓았을 수 있다. 서방측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테니까.

하여튼 크렘린 정책결정과정은 다시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로 혼미한 상태에 빠진 듯하다. 이상과 현실, 권력의 유혹이 서로 얽히면서 명확한 방향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이뤄지는 것이고, 거기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하나 둘 두드러져 보이는 형국이다, 민주화에서 독재로 흐를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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