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우주항공국 쿠즈니소브 부국장 인터뷰-한국일보
우크라 우주항공국 쿠즈니소브 부국장 인터뷰-한국일보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01.06 0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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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만들어진 우크라이나 우주항공국(NSAU)은 국가의 우주 정책과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다. NSAU의 책임자인 국장은 장관급이다. 우주 관련 정책만을 관할하는 장관급 부처를 설치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크라이나가 유일하다. 수도인 키예프 중심부에 위치한 NSAU에서 알렉산더 쿠즈니소브 부국장을 만나 우크라이나 우주개발의 밑그림과 우리나라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조언을 들었다.

_구 소련 시절과 독립 후의 우주 개발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구 소련의 우주 개발 기술 중 30% 정도가 우크라이나에서 나왔다. 대부분 미사일 등 무기개발 기술에 기반해 이뤄졌기 때문에 두 영역 사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실제로 독립 직전인 1980년대 후반, 유즈나 설계 연구소와 유즈마쉬 생산 공장에서는 미국과 그 우방을 겨냥해 1년에 100개가 넘는 미사일을 생산했다.

그러나 독립 후 우크라이나 과학자들은 이 같은 기술이 파괴보다는 삶의 질 향상에 쓰일 수 있다고 믿고 러시아에 군사적 목적의 개발은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_독립 이후 설치된 NSAU가 가장 주력한 분야는.

“우크라이나의 우주 계획은 3단계로 진행돼 왔다. 개인적으론 국제 사회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국가도 단독 예산으로 우주 개발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 독립 후 많은 나라에서 과학자들을 초청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전 세계 18개 나라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4개국이 공동으로 1999년 3월 완성한 바다 발사 프로젝트 ‘씨런치(Sea Launch)’의 발사체 제닛3_SL 역시 우크라이나의 작품이다. 국제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결과, 세계 상업위성 시장의 약 8%를 점유했다.”

_현재 정치ㆍ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인데도 우주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는.

“우주 기술에서 앞서간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우주 개발 선진국은 국민 교육과 과학기술 수준이 뛰어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 기초 과학과 관련 산업 등을 함께 발전시켜 상당한 경제효과도 거둘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우주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약 6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는 교육 수준이 매우 높은 고급 두뇌다.”

_한국 우주 개발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우선 다른 나라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이나 러시아 등 대형 국가와의 협력을 우선하는 것 같다. 물론 큰 나라와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좀더 작은 국가들과 힘을 합쳐 더 구체적인 성과를 이룰 수도 있다. 미국의 달 탐사나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우주정거장, 혹은 중국이 세계를 놀라게 한 유인 우주선 등은 매우 매력적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멋져 보인다고 무조건 덤비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이 이미 앞서가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도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반도체나 나노 기술 등은 최근 전세계가 과학적 연구를 위해 주목하는 ‘초소형 위성’에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키예프=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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