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쪽 외부무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 뭐...
러시아쪽 외부무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 뭐...
  • 운영자
  • buyrussia@buyrussia21.com
  • 승인 2005.01.24 0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존자들이 도착했다고 합니까”

북한수역에서 침몰한 한국 화물선 생존자들의 러시아 안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지난 21일 오후 8시30분쯤 외교부에 전화했을 때 영사담당 사무관이 던진 첫마디는 충격적이었다.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생존자들이 러시아 나홋카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지 2시간30분이 지난뒤였지만 외교부 본부에는 생존자들의 건강상태나 입국일정 등에 대한 제대로 상황 파악이 돼 있지 않았다.

영사과 직원들은 모두 퇴근한 상태였고,외교부 당직실을 통해 전화로 연결된 영사과장은 “그것은 해경 소관”이라고 말했다가 러시아 도착후 일정은 외교부 담당이 아니냐고 다그치자 “오후내내 밖에 나가 있어서 상황을 잘 모른다”며 담당 사무관과 통화해 보라고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그러나 담당 사무관도 도착 사실을 모른 채 “현지에서 생존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충분히 조치를 취해뒀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에서 누가 나홋카로 나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생존자들은 현재 어떤 상태이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긴급상황에 대비한 보고체계를 묻자 그는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에서 당직실로 연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당직자는 “급한 일이라면 우리한테 연락이 오겠지만 아무래도 담당자간 휴대전화 등으로 직접 보고하지 않겠냐”고 미뤄 현지 공관으로 전화하지 않고는 생존자 상태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생사의 고비를 일단 넘긴 생존자들의 문제는 긴급상황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 임무로 하는 영사과로서는 안이하기 짝이 없는 인식이다.

외교부의 영사 업무는 지난해 6월 김선일씨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차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또 최근 동남아 지진해일 사태로 국내 지원팀들이 대거 인도네시아로 건너갔을 때도 출입증 발급 등 기본적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구호팀의 원성을 샀다. 기다리다 못한 인도네시아 아체지역 교민들이 자체적으로 ‘아체재해대책본부’를 구성해 영사업무와 구호팀 안전 조치를 취하고 나설 정도였다.

외교통상부는 매번 “앞으로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다시 한번 허황된 약속으로 그치고 말았다. 침몰 화물선 승선자 가운데 14명이 23일 현재까지도 생사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내실종자 가족들은 애끓는 심정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부처에 전화를 걸고 있다. 외교부의 각성을 당부한다.

강준구(사회부) eyes@kmib.co.kr

국민일보 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