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호를 보는 러시아의 불안-경향신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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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2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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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호(號)가 새로운 선장과 항해사를 태우고 다시 항해에 나섰다. 선장은 지난 두달 동안 ‘오렌지 혁명’을 주도해 온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51)이고, 항해사는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 율리아 티모셴코 총리 지명자(44)다. 친(親) 서방 성향의 유셴코는 자신보다 더 급진 개혁파인 티모셴코를 총리에 지명함으로써 러시아의 오랜 그늘에서 벗어나 서진(西進)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티모셴코는 누구=‘controversial(논쟁의 대상인)’.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이 티모셴코를 가리켜 즐겨쓰는 형용사다. 그는 지난해 말 야당 지지자들을 강한 카리스마와 열정적인 연설로 규합, 오렌지혁명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급진적 민족주의자로서 반(反) 러시아 성향을 직설적으로 표출, 많은 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티모셴코가 총리로 기용될지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티모셴코는 총리로 지명된 후 “부패한 우크라이나를 청소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뉴욕타임스에 소감을 밝혔다.

티모셴코는 ‘통합에너지시스템’ 사장과 에너지부 장관으로 에너지산업 개혁을 주도해 ‘가스 공주’로 불린다. 그와 러시아의 관계는 지난해 9월 러시아 검찰이 뇌물제공 혐의로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더욱 멀어졌다.

◇서쪽으로, 서쪽으로=유셴코는 25일부터 서방 외교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에 들러 유럽연합(EU) 가입 의사를 공식 표명하고, 이어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과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6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한다.

러시아는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자국과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로루시를 묶는 경제블록을 추진중인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반가울 리 없다. 또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할 경우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 반도를 본거지로 하는 러시아 흑해함대의 존재가 위협받게 된다.

물론 유셴코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에너지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셴코는 24일 모스크바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러시아는 전략적 파트너”(유셴코), “긴밀했던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푸틴) 등 덕담이 오고갔지만 분위기는 어색했다고 한다. ‘성과 없는 탐색전’에 그쳤다는 게 러시아 언론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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