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권 민주화 운동 지침서 이번에 러시아어로 "기대 부풀린다?"
구소련권 민주화 운동 지침서 이번에 러시아어로 "기대 부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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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6.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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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 공화국의 시민혁명 뒤에는 반체제 세력을 지도하는 저서가 있었다. 민주화 바이블이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정확히 그 책이 어떤 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NTV 등 러시아 언론들은 15일 미국의 정치학자 진 샤프(77) 박사의 저서 ‘독재에서 민주주의로(From Dictatorship to Democracy)’가 최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어판으로 출간됐다고 전했다.

이 책은 ‘발칸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 정권을 붕괴시킨 2001년 구 유고의 시민혁명을 시작으로 2003년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하야를 가져온 그루지야의 장미혁명,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올해 초 키르기스스탄의 레몬혁명의 성공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시민혁명을 주도했던 세르비아의 ‘오트포르(저항)’와 그루지야의 ‘크마라(이제 그만 됐다)’, 우크라이나의 ‘포라(때가 왔다)’, 키르기스스탄의 ‘켈켈(우리와 함께)’ 등 저항운동 그룹들이 한결같이 이 책을 ‘혁명의 기본지침서’로 삼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영어판을 읽고, 이후 각국어로 번역되면서 확산돼 친미 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한 반체제 흐름과 맞아떨어진다.

이 책은 이미 중국어 우크라이나어 세르비아어 아제르바이잔어 키르기스어 등 18개 국어로 번역됐다. 이번에 러시아어로 번역된 것은 향후 러시아어 권 시민의식 고양과 시민혁명 모태가 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 책은 혁명에 대한 낭만적인 시각이 아니라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 독재정권의 약점 17가지를 들면서 ‘아무리 완고한 독재정권도 약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빨리 찾아내 공략하라’는 식이다.

예를 들면 독재가 일상화되면 독재자에게는 정확한 보고가 올라가지 않으며 권력을 수호해야 할 군과 경찰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허점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라는 것.

또 ‘변혁의 4대 메커니즘’을 항상 명심하고 적절하게 이용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우선 △고통스러운 탄압을 오히려 반체제운동 구성원들이 ‘우리가 옳다’는 확신을 갖는 계기로 전환시키고 △처음엔 독재권력이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 사소한 요구로 시위를 시작해 △점차 체제를 무력화시키라는 것이다. 또 저항운동이 격화돼 지도부도 시위군중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 것을 조심하라는 충고도 있다.

체스 세계챔피언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항해 반정부운동을 이끌고 있는 가리 카스파로프 씨는 이날 러시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어판으로 나온) 이 책이 우리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흥분했다.

옥스퍼드대 정치학박사로 미국 다트머스의 매사추세츠대 교수를 지낸 샤프 박사는 1983년 비폭력 저항운동을 연구하는 비정부기구(NGO)인 아인슈타인연구소를 세워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사회권력과 정치적 자유’ 등 그의 다른 저서들도 1980년대 폴란드의 반체제운동과 1990년대 초 발트3국의 탈소(脫蘇) 독립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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