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크렘린 옆에 고대국가 '키예프공국'의 블라디미르 대공 동상이 선 것은?
모스크바 크렘린 옆에 고대국가 '키예프공국'의 블라디미르 대공 동상이 선 것은?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6.11.0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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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바로 옆에 동슬라브족 최초의 도시국가 '키예프 공국'의 통치자인 블라디미르 대공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러시아 역사를 보면 블라디미르 대공은 988년 그리스 정교를 국교로 받아들여 그리스 정교, 즉 러시아 정교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의 핵심 종교이자 문화적 기반이 되도록 이끈, 고대 러시아 역사에 우뚝 선 국가 지도자다.

외신에 따르면 구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기념일을 대체한 러시아의 '국민화합의 날'인 4일 모스크바 보로비츠카야 광장에서 블라디미르 대공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제막식에는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와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주교를 비롯한 종교계 인사, 문화계 인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축하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통치기의 가장 큰 공적은 키예프 공국의 기독교화"라면서 "기독교 수용은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국민의 공통된 정신적 원천이자 오늘날 우리들 삶을 규정하는 도덕적 가치의 기반을 놓았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대공 동상의 건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현재 갈등 국면을 감안하면 상징적이다. 푸틴 대통령의 참석과 축하 연설도 의미심장하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블라디미르 대공이 바로 크림 반도의 고대 도시 헤르소네소스(현 세바스토폴)에서 세례를 받고 기독교 국교화를 선포했다.
러시아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부각시키고 키예프 공국을 러시아 역사속에 끌여들였다는 것은 새로 병합한 크림에 대한 영유권을 정당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동상이 크렘린궁 옆에 세워지기 전까지 무려 2년여간 찬반 논란이 있었다. 당초 동상 건립을 주도한 러시아 군사역사협회와 모스크바 시당국은 모스크바국립대학 앞 소위 '참새언덕'에 24m 높이의 더 큰 동상을 세우려 했으나 이 동상이 주변 풍광과 어울리지 않고 지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보로비츠카야 광장이 새 부지로 논의될 때는 유네스코(UNESCO)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크렘린궁의 풍광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그래서 주최측은 유네스코측과 협의 끝에 동상 크기를 17미터로 줄이는 조건으로 동의를 얻어냈다. 

비판론자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미 다른 나라가 된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와 그 주변 지역을 다스렸던 블라디미르 대공은 나중에 생겨난 도시인 모스크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부친 사망 이후 형제들과 권력 쟁탈전을 벌이다 형을 살해했고, 800명에 이르는 첩을 거느렸던 그를 러시아의 정신적 지도자로 숭상하는 것도 합당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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