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러한 경협, 앞으로의 전망-좌담회 중앙일보펌
러시아 경제, 러한 경협, 앞으로의 전망-좌담회 중앙일보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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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2.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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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 러시아의 지난 20년간 경제성적표는 이랬다. 1980년대 후반 소련이 붕괴하고,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파국에 돌입했다. 98년엔 국가부도를 선언했고, 당시 국내총생산(GDP)은 80년대 후반의 절반 정도로 추락했다.

그렇던 러시아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제2위의 산유국이라 오일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 GDP는 연평균 5% 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러 경제협력은 여전히 부진하다. 국교가 정상화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양국 교역규모는 60억 달러가 채 안 된다.

러시아 경제는 계속 잘나갈까. 그리고 한.러 경협 증진 방안은 무엇일까. 지난달 20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의 경제발전과 한.러 경협 증진'을 주제로 중앙일보 월례 경제포럼을 개최한 것은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포럼은 러시아 측 경제학자 4명의 발제 후 양국 경제전문가 10명이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러시아 참가자 발표 요지

◆ 경제체제 이행 문제(드미트리 쿠발린 국민경제예측연구소 부소장)=1992년 시작된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과정은 러시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사회주의경제 시절엔 물품 선택 폭은 좁았지만 국민 생활수준이 비교적 높았다. 그러나 자유가격제를 도입하고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면서 물가는 급등하고, 생활수준이 낮아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렸다. 98년 국내총생산(GDP)은 개혁 이전의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99년 이후부터 러시아 경제는 나아지고 있지만 산업구조는 개선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많다.

◆ 러시아 경제 전망과 문제점(마라트 우자코프 국민경제예측연구소 부소장)=2000년 이후 5년간 GDP는 수출 증가에 힘입어 매년 5~10% 성장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원유.가스 수출의 감소로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2003년에 제시된 '10년 내 GDP 배증' 목표를 달성하려면 가공산업과 서비스업 분야의 성장이 절실하다. 기술개발과 혁신이 뒷받침된다면 러시아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7%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2.8%로 낮아질 것이다.

◆ 러시아가 본 한국경제(스베틀라나 수슬리나 국제관계대학 교수)=한국 경제에서 눈여겨보는 대목은 중국이 한국의 가장 큰 파트너가 됐다는 점이다. 지금은 큰 폭의 대중국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앞으론 중국의 맹추격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 결국 미국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이 심화되는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관심이다. 완전히 회복할지, 일본이나 남미처럼 장기적 위기로 빠져들지도 명확하지 않다.

◆ 한.러 경제협력(미하일 스테클로프 국제관계대학 교수)=지금까지 부진했던 한.러 경협이 에너지 분야에서 물꼬를 트고 있는 듯하지만 아직 눈에 띌 만한 진전은 없다. 원유.석탄.우라늄의 대한 수출이 다소 활발해진 정도다. 사할린 유전개발엔 한국이 소극적이며, 시베리아 코빅타 가스전 개발사업은 러시아의 개발계획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협력이 가시화되려면 러시아의 새 지하자원법 도입이 필수적이다.



▶ 사회(김정수)=러시아의 체제전환과 경제현황부터 토론하겠습니다. 자본주의로의 체제 이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많았다고 했는데, 시장경제체제로 너무 빨리 전환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전환이 완전치 않았기 때문인지 궁금합니다.

▶ 쿠발린=너무 급격하게 전환됐기 때문입니다. 점진적이었다면 지금보다 나았을 것입니다. 가령 체코나 헝가리 등은 이행 과정에서 산업생산이 25%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러시아는 무려 50%나 줄었습니다.

▶ 이장규=이행 과정에서 빠져나간 자본이 다시 러시아로 되돌아올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 쿠발린=러시아 자본이 외국으로 많이 유출됐습니다. (지중해 연안 국가인) 키프로스의 역외자금은 대부분 러시아 돈입니다. 이 돈은 러시아로 돌아오지 않고, 부동산과 사치품 구입 등 외국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우자코프=러시아에서 투자 수요가 많아져야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재원은 풍부한데 투자할 곳이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 최정표=유출 자금의 상당량은 지하경제에서 조성됐을 텐데, 지하경제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 우자코프=GDP의 25%가량입니다. 과거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규모입니다. 러시아 정부도 세제를 개선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 지동현=투자처가 없는데도 성장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 우자코프=신규 투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련에서 물려받은 생산능력을 활용하는 차원의 성장입니다.

▶ 신광식=재원을 조직해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은 기업가의 문제로 생각됩니다. 러시아의 신흥재벌인 올리가키들을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경제주체로 유도하는 정책이 매우 중요합니다.

▶ 쿠발린=정부가 거기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다. 올리가키 중에서도 투자를 열심히 하는 좋은 재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 박진도=98년 이후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자코프=루블화 평가절하와 경제개혁, 유가 급등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입니다. 구조조정 덕도 있습니다. 체제 이행 과정에서 러시아 기업의 60%가 도산 위기에 빠졌는데, 여기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현재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 이장규=한국 기업들은 인도.카자흐스탄보다 러시아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 우자코프=부정부패가 더 심하고 국가의 장기전략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잠재력은 러시아가 훨씬 낫습니다. 러시아에 투자한 기업 중 짐을 싸 떠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 사회=한국에서 배울 만한 것, 그리고 배워선 안 될 점은 무엇입니까.

▶ 수슬리나=대외지향적 모델은 배울 만합니다. 세계화에도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의 국가에 추격당하고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 이근=한국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실패'도 했습니다. 성장 잠재력 확충과 투자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습니다. 러시아도 국제기구가 원하는 것을 한꺼번에 다 하려 들지 말고 점진적.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이장규=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남북통일 이후 올 것입니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한국은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최정표=경협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수슬리나=두 나라 모두 경협을 활발히 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체제 이행으로 인한 국내 문제로, 한국은 자유화 등의 문제로 각각 경협에 대한 관심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론 달라질 것입니다. 러시아는 동시베리아 자원개발의 필요성 때문에, 한국은 동북아 지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로 상대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스테클로프=한국의 관심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대러시아 투자는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많습니다. 또 한국은 극동지역 에너지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면 대규모 에너지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 신작=극동지역 에너지 개발은 위험 요인도 많습니다. 가령 중국은 몽골을 경유하는 가스관 부설에 반대하고 있고,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설치도 쉽지 않습니다. 비용도 엄청납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런 위험에 대한 분석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 이장규=경협이 부진한 것은 30억 달러 경협 차관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습니다. 여기서 양국 간 불신이 싹텄고, 비즈니스 분야로 확대됐습니다.

▶ 스테클로프=30억 달러 중 일부는 상환됐습니다. 게다가 러시아만 탓할 수 없습니다. 이 차관은 한국 정부가 소련 붕괴 전야에 대준 것으로 수교를 위한 도구였습니다. 한국도 책임져야 합니다.

▶ 쿠발린=차관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입니다. 세계 기업들은 요즘 러시아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한국도 과거에 얽매이다간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 것입니다.

▶ 김영욱=한국과 북한.러시아 간 전력 시스템 통합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 스테클로프=3자회의 개최에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력기술연구소, 북한은 전력석탄산업성이 참여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대한국 전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 전력의 송전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자신의 잉여전력을 송전하는 것도 검토하는 등 입장 정리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박진도=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는 어떻습니까.

▶ 수슬리나=언제 가입할지만 남았습니다. 부정적 여파를 얼마만큼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입니다.

▶ 사회=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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