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동기에 나타나는 대 러시아 관계의 엇갈린 신호, 긍정적이고 부정적이고..
권력이동기에 나타나는 대 러시아 관계의 엇갈린 신호, 긍정적이고 부정적이고..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2.03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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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동기에는 혼란스런 신호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안정되지 않고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다. 친 러시아 성향의 트럼프 미 대통령의 등장은, 특히 러시아 정책에 관한 한, 기존의 미국 정책이 바뀌는 권력이동기로 접어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큰 흐름을 봐야지, 개개 사안에 일희일비할 까닭이 없다.

몇가지 사례를 보자.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2일 미국 기술 기업이 러시아에 제품을 유통하기 위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와 제한된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이 결정을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일부 수정한 것으로 해석한다. 제한된 거래라고 할지라도 일부 허용한 쪽에 방점을 둔 것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제재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일상적인 것으로 정책을 변화하거나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관련,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이번 조치의 함의가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전에도 기업들이 의도되지 않은 결과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적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 대선 기간 중 사이버 공격에 연루된 것으로 판단한 러시아 관계자들에 대한 제재를 승인했다. FSB를 비롯한 러시아 정보기관과 러시아 군사정보국(GRU) 소속 4명의 직원, GRU와 관계된 기업 3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됐는데,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제한적 거래를 허용한 셈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일부 해제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전날보다 1.14% 오른 달러당 59.3690루블을 기록 중이다.

반면 동유럽 헝가리의 선택은 트럼프 행정부보다 한발 먼저 뻗는 형국이다.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면서도 EU가 반대하는 러시아와 원전 협력을 밀어붙이고 있다. 헝가리는 2014년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자톰과 원전 증설 계약을  체결했으나 EU 원전감독기구인 유라톰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 후 원전 추가 건설에 드는 비용을 100% 빌려줄 준비가 됐다며 사업 개시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증설 사업은 현재 가동 중인 퍼크스 원전을 대체할 1천200㎿급 원자로 2기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헝가리가 계획대로 사업을 시작한다면 첫 번째 원자로는 2018년 착공해 2023년 가동을 시작한다. 외신은 이번 회담이 더 공고해지는 러시아와 헝가리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헝가리는 EU 회원국이지만 EU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을 거부하며 난민 장벽을 세우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등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적들로부터 '리틀 푸틴'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만나 "전 세계가 미국, 러시아의 관계가 어느 범위에서 얼마나 깊게 형성될지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며 "러시아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의 압박이 유럽에서 사라지면 실용주의 노선을 주장하는 측이 좀 더 용기를 내서 제재와 관련한 새로운 토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토도 트럼프 대통령이 눈치를 보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나토가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해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운용에 관한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연기했다고 1일 보도했다. 당초 나토는 루마니아에 배치한 유럽 MD 시스템 운용과 관련한 주변국과의 조율 목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나토 지도부는 우크라이나와의 MD 운용 논의가 이 문제에 민감한 러시아의 부정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협상을 추후로 미뤘다고 나토 소식통은 전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이 신문은 이번 결정은 결국 러시아와의 갈등을 피하고 대화 분위기를 구축하려는 나토의 노력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후 대 러시아 정책의 변화를 우려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선제 공격을 하듯, 미국 새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언자는 유엔 주재 블라디미르 옐첸코 우크라이나 대사다. 주 유엔 니키 헤일리 미국 대사로부터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합성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운동 기간 중 여러차례 "내가 듣기로 크림 주민은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에 속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정권이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왔던 우크라이나 지원 노선을 포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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