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를 무기로 유럽을 주무르는 푸틴, 우크라 전전긍긍
가스를 무기로 유럽을 주무르는 푸틴, 우크라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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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2.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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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가스로 유럽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
친서방 노선으로 돌아선 옛 동맹국에는 가스 공급가격을 하루아침에 3배 이상 올리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재임 당시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에게는 일자리까지 줬다. 유럽 국가들은 가스 공급의 5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가스 전쟁’=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새해부터 닥칠지 모를 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가 내년부터 현재 1000m³당 50달러의 가스 공급가격을 160달러로 높이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으니 가스도 서방 수준의 가격으로 사 갈 능력이 있지 않느냐”며 우크라이나를 몰아붙였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옛 동맹국들에는 국제가격보다 훨씬 싼값에 가스를 공급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민주화혁명인 ‘오렌지혁명’으로 친서방 정권을 수립한 우크라이나가 최근 노골적으로 러시아권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가스관으로 러시아 가스가 서유럽으로 공급되는 것을 차단하고 자국령인 세바스토폴 항에 기지를 둔 러시아 흑해함대의 철수를 요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재앙에 가까운 사태가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 벨로루시 등 주변국들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숨을 죽인 채 러시아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형편이다.

푸틴 친구 슈뢰더는 취직=러시아 국영가스공사(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사장은 9일 “슈뢰더 전 총리가 북유럽가스관(NEGP) 컨소시엄 감독위원회의 의장을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NEGP는 러시아∼발트 해∼독일을 잇는 가스관으로 슈뢰더 전 총리 재임 중인 9월 건설이 확정됐다. 이 때문에 전직 국가지도자가 재임 중 자신이 결정한 사업과 관련해 취업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NEGP 건설에는 러시아가 적대적인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목적도 담겨 있어 관련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환경단체의 반대도 심하다.

하지만 슈뢰더 전 총리의 NEGP 참여에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재임 중 푸틴 대통령과 절친했고 국제정치 무대에서 미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러시아와 공조하기도 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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