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와 새해 맞기
한국과 러시아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와 새해 맞기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12.25 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와 한국의 연말보내기 문화는 다르다. 한국에도 크리스마스 이브와 새해 첫날 맞기가 떠들썩하지만 러시아는 더하다. 러시아사람들은 즐기지만 한국 사람들은 뭘 기원하고 빌고, 혼자 명상하고, 반성하고 그런 걸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곳을 찾아떠난다. 새해 첫날 다양하게 이뤄지는 일출행사가 대표적이다.

러시아엔 일출행사 같은 게 없다. 1월1일 0시(그러니까 12월31일 자정)이면 대통령이 새해 인사를 보내고, 그걸 기화로 떠들석하게 잔치를 벌인다.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다차에서, 사나토리(휴양지)에서 집안에서 친구,친지들과 옆집 사람들과, 직장 동료들과 함께 떠들썩하게 시작한다. 만약 한국에서 그런 식으로 보낸다면 경찰서가 잡혀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한국에 사는 러시아인들이 자주 하는 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야 러시아 정교회식으로 따져 내년 1월6일 밤이고, 정교회를 믿는 분들만 그 느낌을 갖는 것이지, 일반 사람들은 이제야 12월24일의 밤을 알지, 이전만해도 무덤덤했다. 그냥 겨울밤의 하루였을 뿐이다. 붉은 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고, 요란 벅적하게 상업적 마케팅이 이뤄지면서 24일 밤이 의미를 갖게 됐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러시아인들도 특별한 계획없이, 러시아에서 처럼 24일을 보내고, 새해첫날도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못해 무덤덤하단다.

대덕에 있는 멀티미디어 전문기업 다림비젼에 근무하고 있는 러시아 개발자 드미트리 세르기브씨. 한국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그는 "러시아에서는 새해 첫날 매우 시끄럽게 보내는 것이 전통이지만 한국에서 만약 시끄럽게 파티를 한다면 경찰서에서 새해를 맞게 될 것"이라고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적 차이를 안타까워했다.

대덕생활 10년차에 접어든 알렉산드로 크로키코프씨. 그는 고국 러시아로 돌아가기보다 한국의 여성과 결혼해 대덕에서 살고 싶어할 정도로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강하다. 그런 그가 한국인들의 영어공부 모임 등 다양한 교류를 찾아나서고 있지만, 정작 삶의 실질적인 만남은 만들기가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외국인들끼리 모여 희망찬 한해를 맞고 싶지만 여의치 않단다.(대덕넷 참조)

러시아에 있는 한국사람들은 어떨까? 나름대로 송년회도 하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한국인 교회에서 맞는다. 다양한 행사가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아니면 끼리끼리 모여 러시아식 새해맞이가 이뤄지는 사나토리 같은 곳으로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한국사람들은 또 그곳 새해맞이에 푹 빠지지 못한다. 솔직히 말이 통하냐 보드카를 제대로 마시냐? 그 분위기에 빠질 수 없는 게 민족간 문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