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로 진출 지금이 적기다-박상남 한국외대 교수
중앙아시아로 진출 지금이 적기다-박상남 한국외대 교수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12.27 0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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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남 한국외대 외국학센터 교수가 중앙일보에 내생각은 이란 코너에 기고를 했습니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글인데..

공식적으로 냉전이 해체된 지도 1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냉전시기 유라시아 대륙은 이념과 중.소 분쟁의 결과로 인해 대립과 단절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냉전 붕괴는 이러한 대립과 단절의 벽을 헐어 내고 보다 자유로운 협력의 공간을 확대시켰다. 특히 냉전시기 한국의 정책당국자들이나 한국인 활동영역에서 금단의 땅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몽골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카프카스 지역 등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 국가들이 한국의 새로운 활동 무대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교류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들 국가와 유기적 연관성과 역동성을 보이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현재 이들 국가 대부분은 국가 건립기에 있으며 경제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후 신생국가로 출발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된 한국의 도움(자본.기술.시스템분야)과 진출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상대가 필요로 할 때가 진출의 적기임을 감안할 때 지금이야말로 유라시아대륙 진출에 대한 보다 중.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주도면밀한 실천계획을 모색할 단계다. 이는 냉전과 분단 이후 단절됐던 한국의 유라시아대륙 복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라시아의 핵심지 중앙아시아는 한국의 대륙 진출을 위한 유용한 교두보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냉전 붕괴 후 역사 속에 새롭게 부활한 지역이 중앙아시아다. 비단길의 나라들로 막연히 알려진 이 지역이 부활하면서 열강들은 중앙아시아의 지정.지경학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치열한 영향력 확대 경쟁에 돌입했다.

중앙아시아가 갖는 특별한 의미는 무엇보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안보.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지정학적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에너지 자원의 보고로서 특히 에너지 자원의 개발권과 그 수송로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주변 열강(러시아.미국.중국) 등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다 중앙아시아는 광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다. 이란을 통해 페르시아만으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통해서는 인도양으로, 중국을 통해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세계적인 물류 거점으로서 중앙아시아는 과거 실크로드를 이제는 철로와 파이프라인을 통해 재생할 지역이 되는 셈이다. 이는 또한 한국에는 남북 철도 연결 이후 대륙 물류가 활성화한다면 물류 강국을 꿈꿀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앙아시아는 역사.문화적으로도 관계가 깊다. 알타이 문화권이라는 동질감을 바탕으로 고려인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거점지역이며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개척지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대체 유전지로서의 가능성과 신 실크로드 재건 등 대륙 물류수송망 구축에 대한 활발한 논의는 중앙아시아를 한국의 주요 관심지역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더욱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중국이 참여하는 상하이 협력기구와의 협력 모색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다자안보체제 구축을 구상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최근 참여정부의 활발한 대륙외교는 노무현 대통령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방문 등 굵직한 외교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외교적 성과를 뒷받침하고 안보.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중앙아시아 지역 간의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심도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외교는 범 유라시아대륙 차원의 세계전략을 신중하게 모색해야 할 기로에 있다. 그동안 한국 외교의 발목을 잡았던 북핵 문제를 뛰어넘는 상상력과 준비 없이는 21세기 한국에 다가올 새로운 기회를 놓쳐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상남 한국외대 외국학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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