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전문가가 보는 중앙아시아 진출은??
일본인 전문가가 보는 중앙아시아 진출은??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5.12.27 0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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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남 교수와 다른 시각으로 일본인 고쿠분 료세이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의 글도 함께 실렸습니다. 우리와 어떻게 다른 시각으로 중앙아시아 진출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시길..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중앙아시아는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중앙아시아는 천연자원은 많으나 환경이 파괴됐고, 옛 소련의 정치적 그림자가 남아 있는 고립된 가난한 내륙 국가들로 인식돼 있다.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이 주인공이다.

중앙아시아는 경제와 문화가 한때 크게 번성했던 실크로드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지금은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러시아.인도에 둘러싸인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이다.

중앙아시아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오늘날 중앙아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와 안보 문제는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역사와 지리적 여건이 이 지역을 물리적.경제적.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유엔개발계획(UNDP)의 '중앙아시아 인간개발 보고서'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대륙의 한가운데라는 입지와 풍부한 천연 자원, 안정과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국제사회를 향해 문을 열고, 지역 내는 물론 주변국들과 협력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체제를 바꿔야 한다. 지역 협력은 무역.교통.운송과 물.에너지뿐 아니라 마약 밀매 등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도 포함한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협력 아래 투자 환경과 지배 체제를 개선하면 10년 뒤 소득을 두 배로 늘리고 경제를 선진화하며, 국제사회와 교류해 국민의 삶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지역에서 교통과 운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지나치게 높다. 나라마다 제각각인 통관 절차, 높은 관세, 만연한 부패, 낙후한 교통 인프라 때문이다.

이런 비용은 세관.국경.운송 체계를 개선하고 교통 수송로와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도입하면 크게 줄일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보따리 무역상들에 대한 간섭을 자제하면 기업과 농민들의 시장 접근이 가능해지고 신규 투자도 생겨날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풍부한 에너지와 수자원으로 축복받은 땅이다. 하지만 이런 자원은 비효율로 인해 많이 낭비됐다. 부실한 수자원 관리로 연간 17억 달러가량의 농산물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 지역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된 공급자다. 넓은 강을 제대로 관리하면 중국.인도.러시아로 관개용수 공급과 전력 생산도 가능하다.

중앙아시아는 또 마약 밀매 지역이기도 하다. 마약 문제는 이곳의 모든 나라에 해당하지만 특히 북쪽으로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타지키스탄에서 심각하다. 타지키스탄을 경유하는 마약은 연간 100t으로 추정된다. 북미와 서유럽의 연간 수요와 맞먹는다. 이 지역 정부들과 주변국들이 마약 통제를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부패와 범죄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소식도 있다. 일부 국가가 협력과 개방.통합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자국 경제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있으며 많은 부문에서 다른 나라와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의 국경은 굳게 잠겨 있으며, 투르크메니스탄은 개방정책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개방과 역내 협력을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 시장 중심의 개혁과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치제도는 효과적인 국제 협력을 위한 선결 조건이다. 중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바라는 국제사회도 이를 적극 지지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요하네스 린 국장과 공동으로 작성했음.) 고쿠분 료세이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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