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북 아프리카로 부는 러시아의 '신 제국주의', 미국이 느끼는 당혹감은..
중동에서 북 아프리카로 부는 러시아의 '신 제국주의', 미국이 느끼는 당혹감은..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3.29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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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야망이 시리아를 넘어 아프가니스탄, 리비아로까지 확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피 미 행정부 출범이후 워싱턴 정가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등 '러시아 커넥션'에 온통 쏠려 있는 사이, 러시아는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공격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최근 중동에서 보인 행보는 리비아의 무장파벌 지원에서 아프간 내 탈레반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편 군사작전의 성공을 업고 중동지역에서 북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워싱턴 소재 민주주의 국방재단의 빌 로지오는 이를 "새로운 형태의 러시아 제국주의"라고 불렀다. 워싱턴 연구소의 근동정책 전문가 애나 보르체프스카야는 "러시아는 서방이 군사적 개입을 꺼리면서 지중해 인근에서 만들어진 지정학적 진공지대에 발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러시아로서는 그럴 만도 하다. 한때 푸틴-트럼프의 사이는 '브로맨스'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쌍방관계를 생산적으로 가져갈 확률은 점점 더 낮아졌다. 미의회에서 공화-민주 양당이 모두 러시아에 대해 매파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크렘린 대변인은 ‘매카시스트’라고 비난할 정도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은 인물들도 최근 러시아를 향해 날카로운 발언을 이어갔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우리는러시아를 결코 믿어선 안 된다”고 했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미-러시아 군사 협력 발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이제는 트럼프 정권도 의회의 매파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는 미국과의 관계개선과는 별도로 다양한 지역에서 지정학적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영향력을 놓고 다퉜던 지역이 핵심이다. 시리아에 대한 전략적 목적은 이미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지역 분쟁을 외교적으로 누르고 관리하는데 더 이상 러시아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이 '가다피 이후' 리비아 내전을 방치하는 사이, 러시아는 리비아 반군의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원하고 나섰다. 하프타르는 과거 카다피에게 충직했으나 반체제 인사로 미국에서 20년동안 살았고 유엔의 지원을 받는 리비아의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리비아 동부에 기반을 둔 하프타르의 군대는 러시아의 지원으로 현재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 러시아 군사 정권을 확립할수도 있다.

지난 2016년 말에는 하프타르가 모스크바서 세르게이 라프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났으며, 1월에는 러시아의 항공모함에 올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비밀 전화회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프타르가 승리한다면 러시아는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미국의 실패의 덕을 보게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미 리비아 정책을 자신의 ‘최악의 실수’라 했다.

이집트 공략도 집요하다. 이집트는러시아 국영 원자력에너지 기업 로사톰에게 지중해변의 다바에 원전 건설을 맡겼다.건설비만 수십억 달러인데다, 향후 유지 보수를 계속해야 하므로, 양국 관계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이집트를상대로 무기 수출도 늘려가고 있다. 러시아 특수부대가 이집트 서부의 한 기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표면상의 이유는 리비아 내 작전 지원이지만, 이집트 영내에 특수부대를 주둔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가깝다는 의미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곳은 지중해 동쪽의 터키와 이스라엘이다. 두 나라 모두 오랫동안 미국의 동맹국이었다.하지만, 러시아는 터키의 불발 쿠데타를 계기로 터키와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리아 관련평화회담에도 미국을 배제하면서 터키는 포함시켰다. 터키의 민감한 문제인 쿠르드 족에 관한 한 터키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러시아와 쿠르드 족 전사들과 협조하는 미국 사이에 터키의 선택은 분명하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팔레스타인 이슈로 문제가 많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전투기가 시리아영공을 함께 날아다니므로 양국간에는 어떤 수준이든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S-300 대공 방어 시스템과 같은 정교한 러시아제 무기를 이란이 구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와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편이다. 

러시아로선 이스라엘이 경제제재로 유럽에서 얻어올 수 없는투자와 하이 테크놀로지의 원천이다. 또 이스라엘에는 러시아어를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구 소련 붕괴 후 100만명이상의 러시아 유대인이 이스라엘로 이주해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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