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오렌지 혁명 주역들 치열한 노선투쟁
우크라 오렌지 혁명 주역들 치열한 노선투쟁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6.01.11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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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스 값 인상을 요구하면서 불을 지핀 ‘가스전쟁’은 우크라이나에 강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가스전쟁이 순전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친(親)서방 노선에 제동을 걸기 위한 손보기였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오렌지 혁명이후 권력을 잡은 우크라이나 신정권의 핵분열을 촉진하는 결과를 나았다. 물론 오는 3월 총선에서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권력투쟁이 그 계기가 됐다.

우선 오렌지 혁명의 3인방으로 알려진 유셰콘 대통령 티모센코 전 총리, 비탈리 클리츠코 전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챔피언이 서로 갈라섰다.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센코 전총리의 갈등은 이미 알려졌지만 이번 가스전쟁으로 다시는 건너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것 같다.

우선 가스분쟁 타결의 공과를 두고 유셴코 대통령과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로 갈라진 친서방 진영 내부에서 격한 정치공방이 벌어졌다.

유셴코 대통령은 가스분쟁 타결에 대해 “훌륭한 성과”라고 자축했지만 티모셴코 전 총리는 “철저히 국익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기에 오렌지혁명 스타인 비탈리 클리츠코 전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챔피언마저 제3의 정당에 합류하면서 친서방 진영은 사분오열됐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총선에서 친러시아 정파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전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의회는 10일 내각을 해임하는 투표를 진행해 찬성 250표, 반대 50표라는 결과를 끌어냈다. 이유는 내각이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공급 협상을 제대로 못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운 가격에 수입하게 된 책임을 묻는 형식이다. 이로써 지난해 9월 22일 취임한 유리 예하누로프 총리 내각은 4개월여만에 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날 표결은 여당인 '우리 우크라이나' 소속 의원중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주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예하누로프 총리는 "의회 결의에 기속되지 않고 내각은 총선때까지 계속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인 유셴코 대통령도 즉각 내각 해산 투표가 위헌이라며 수긍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2개월 앞두고 친서방 진영이 갈라지면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이끄는 친러시아 정당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유셴코 대통령은 총선 후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야누코비치 전 총리를 새 총리로 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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