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한국이 달려온다-동아일보 펌
모스크바에 한국이 달려온다-동아일보 펌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6.01.15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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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 한국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이 모스크바 한가운데에 백화점과 호텔을 세우면 모스크바엔 한국인들이 크게 늘것입니다. 또 그것을 운영하기 위해 많은 고려인 조선인들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고 동시에 코리아타운은 더욱 번창할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민족법이 바뀌면서 우즈벡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속한 고려인들이 러시아로 귀화하기가 쉬워졌습니다. 중앙아 국가들에 사는 고려인들이 대거 러시아로 귀화해 모스크바로 들어와 롯데를 중심으로 일하게 되면... 생각만 해도 짜릿하네요.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가능한 시나리오지요.

그 현장을 동아일보 김기현 특파원이 재밋게 르뽀!!
이 참에 나도 모스크바 가서 뭔가를 해볼까? 롯데가 들어서면 진짜 한인타운이 크게 변할텐데..ㅋㅋ
가더라도 남들보다 빨리 가야 ㅎㅎㅎ

12일 새벽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가 아르바트 거리. 겨울밤이 유난히 긴 북국의 도시답게 어둠과 적막에 싸인 시내에서 유독 요란한 기계음과 불빛이 분주히 움직이는 곳이 눈에 띄었다. 러시아 최대의 건설투자 프로젝트(4억 달러 규모)로 꼽히는 롯데플라자 건설 현장.

영하의 추위도 잊은 채 하루 24시간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말 지상 21층, 지하 4층의 백화점과 비즈니스센터가, 2008년에 지상 9층의 호텔이 문을 열면 이곳은 한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 교두보가 된다.

공사에 투입된 인력은 600여 명. 롯데건설 본사에서 나온 20여 명의 한국인 직원이 공사를 이끌고 있다. 또 다른 핵심인력은 10여 명의 재러 한인동포(고려인) 관리직원과 기술자이다. 현장인부 중 30여 명도 고려인이다.

공사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롯데건설 김용덕(金容德) 이사는 “러시아 엔지니어들은 한국 기업 문화에 쉽게 적응을 못해 떠나는 경우가 많지만 고려인 엔지니어들과는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건설 엔지니어인 이노켄티 김(55) 씨와 파벨 김(43) 씨는 10여 년 전부터 러시아에 진출한 유원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한국 건설업체에서 일해 온 베테랑들.

이들은 “처음에는 무모할 정도로 빠른 한국 기업의 일처리에 당황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오히려 러시아식의 느림이 답답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났다. 1930년대 극동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은 최근 다시 모스크바 등 러시아로 몰려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 국적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새 법은 옛 소련 시민권자들의 러시아 국적 취득을 쉽게 만들었다. 인구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옛 소련 주민들의 이민을 받아들이려는 것.

이에 따라 앞으로 중앙아시아 거주 고려인들의 러시아 이주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로 진출하는 한국인이 많아졌다. 아직까지 모스크바에 사는 한국교민은 3500여 명에 지나지 않지만 앞으로 2∼3년에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70여 년 전 유라시아 땅에 먼저 발을 디딘 고려인과 1990년 한-소 수교 후 진출한 한국인이 러시아 땅에서 어울려 살게 된 것.

벌써부터 모스크바에 ‘카레이스키(한국) 타운’도 생겨났다. 모스크바 서남부 코시긴 거리에 있는 오를료녹(새끼독수리)호텔. 주변에 10여 개의 한식당과 상점, 한국인 전용 호텔, 한국 비디오테이프 대여점, 부동산중개업소, 미용실 등이 모여 있다.

모스크바의 한식당은 대부분 한국인이 운영한다. 하지만 주방에서 한국인 요리사를 돕는 사람은 조선족 아줌마들이고 손님을 맞는 종업원은 대부분 고려인이다. 한국어를 아는 조선족들은 러시아어에 서툰 한국인 요리사를 도울 수 있고, 러시아어를 아는 고려인 종업원이 현지 손님을 맞는 것이다. 모스크바의 한식당에서도 한민족끼리 분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에는 극동의 건설현장과 벌목장에서 일하다가 탈출한 탈북자까지 살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 당국에 쫓기고 있는 이들은 모스크바에서 한국인이 짓는 식당이나 사무실 건물 등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빛깔’의 한민족이 공존하면서 서로 간에 갈등도 생기고 있다. 핏줄은 같지만 살아온 배경이 다양하다보니 문화적 차이에서 때로는 오해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변대호 주러 한국대사관 총영사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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