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정권을 겨냥한 러-우크라 '러브콜' /우크라는 명분, 러시아는 실리 챙겨
미 트럼프 정권을 겨냥한 러-우크라 '러브콜' /우크라는 명분, 러시아는 실리 챙겨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6.22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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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으로 미 트럼프 행정부를 공략해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경쟁 1라운드' 평가 결과, 우크라이나는 명분을, 러시아는 실리를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지지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했다. 미 상원과 재무부도 대러시아 추가 제재조치를 예고, 혹은 발표했다. 정상회담에서 뚜렷한 결과물은 없었지만 포로셴코 대통령으로서는 어느정도의 외교적 승리를 거둔 셈이 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만으로 안팎의 경제적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국제금융시장의 성공적 진출이다. 러시아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3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대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상당 금액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러시아 관계가 겉보기와는 달리 그 저변이 얼마나 변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한다.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은 20일 러시아가 30억 달러의 채권 발행에 성공했을 뿐아니라 견고한 수요까지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채권 발행이 또다시 유가가 급락하고 미국의 경제 제재조치가 러시아 경제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 발행 조건도 러시아 측에 유리하다. 수익률 4.25%의 10년물 유로본드를 10억달러 발행했고, 5.25%의 30년물 유로본드를 20억달러어치 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수익률은 러시아 역사상 가장 낮은 것이다. 몰려든 자금도 발행 규모를 2배나 넘어서는 66억달러였다고 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포로셴코 대통령과 회담한 뒤 "아주, 아주 좋은 논의가 오갔다"며 "많은 진척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는 우리 모두가 깊게 관여되어 있는 곳"이라며 "우리 모두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봐왔고 읽어왔다"고 말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합의인) 민스크 협정이 완전히 이행될 때까지 대러 제재가 유지될 것이란 말을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서 들었다"고 전했다. 또 "양국 간 군사기술협력이 강조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배석자들에게) 양국이 이 분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명한 지시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의 군사 무기및 기술 지원을 거부한 데 대해 불만을 가져왔다. 미국은 오바마 전 정권서도 우크라 사태의 확대를 막는다는취지로 우크라에 대한 군사지원을 사실상 거부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 일각에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포로셴코 대통령을 홀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미국 언론은 포로셴코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제대로 된 회담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맞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함께 트럼프 집무실에 잠깐 들러 환담하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양국 정상이 30분 동안 제대로 된 회담을 했다고 반박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통령 특사로 가서 고르바초프 전대통령과 회담한 것인지, 환담한 것인지 논란을 빚었던 것과 유사하다. 노태우 전대통령도 샌프란시스코에서 고르바초프를 처음 만났을 때도 같은 대우를 받았다. 외교적 프로토콜에서는 그 격은 완전히 다르다. 상대(미국 혹은 소련)가 또다른 상대(러시아 혹은 북한)를 의식할 때 이뤄지는 외교적 프로토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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