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슬랴크 주미대사 대신 안토노프가 워싱턴을 지킨다고 달라질 건 없다
키슬랴크 주미대사 대신 안토노프가 워싱턴을 지킨다고 달라질 건 없다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6.2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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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키슬랴크(66)주미 러시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러시아 스캔들'이 본질적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키슬랴크의 교체와 관련, “(미국과 같은) 주요국 대사가 갑자기 교체되는 일은 없으며, 이미 지난해부터 예정돼 있던 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 언론들은 '러시아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던 지난 2월 아나톨리 안토노프 전 외교차관(62)이 키슬랴크 대사의 후임으로 지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안토노프 내정자 역시 라브로프 러시아외무장관이나 키슬랴크 대사와 마찬가지로 30년 경력의 외교 커리어를 자랑한다. 구 소련시절 외교관 양성 기관인 국립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교(MGIMO)출신으로 외교부에 들어가 국방부·외교부 차관을 지내며 군축협상 등에 깊숙이 관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엔 대표부로 자리를 옮겨 대사 부임을 준비해 왔다.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들은 안토노프를 ‘대서방 강경파’라고 소개했다. 러시아는 당초 힐러리 클린턴 정부가 들어설 것에 대비해,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상대해본 적 있는 안토노프를 내정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측이 빗나갔다. 하지만, 미국을 오랫동안 상대한 경험을 지닌 능숙한 협상가여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평한다. 

안토노프나 키슬랴크 같은 외교관은 수십년 동안 유엔과 워싱턴, 브뤼셀(유럽)을 오가며 서방과 외교전을 펼쳐온 러시아의 외교 파워라고 할 수 있다. 키슬랴크 대사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부터 러시아와 관련된 미국 관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문제 등 러시아 국익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고, 공개석상에서 미국의 위선을 비판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차관보는 그를 “아주 똑똑하고 경험 많고 늘 준비돼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냉전 말기인 1981~1988년 유엔 대표부에서 일했고, 1994년 다시 뉴욕으로 가 유엔 대사로 10년을 일했다. 2004년 외교장관으로 발탁돼 13년 동안 매들린 올브라이트부터 렉스 틸러슨까지 6명의 미국 국무장관을 상대하고 있다. 지난 2월 65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세상을 떠난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대사도 10년 넘게 뉴욕을 지킨 안보리의 터줏대감이었다.

러시아가 이런 외교관들을 미국과 뉴욕으로 보내 미국과 서방을 상대하고 있기에 '러시아 스캔들' 같은 로비 '스캔들'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것이다. 키슬랴크 주미 대사가 본국으로 돌아온다고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미국의 상대하는 노련한 대사들이 주미대사관을 지키고 있는 이상, 미 정부와 백악관의 고위 관리들을 '요리하는' (?) 일들은 계속될 게 틀림없다. 이들을 '외교 스파이'로 부르는 건 순진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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