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 극장이 서방 망명 춤꾼 '누레예프' 공연을 전격 취소한 까닭?
볼쇼이 극장이 서방 망명 춤꾼 '누레예프' 공연을 전격 취소한 까닭?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7.12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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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이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의 일대기를 그린 발레공연 '누레예프'를 개막 며칠을 앞두고 취소했다. 취소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누레예프가 동성애자였다는 게 문제가 됐을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볼쇼이극장은 각국 비평가와 연출자들을 11일 초연에 초대해 놓고 8일 돌연 공연 취소를 통보했다. 극장은 대신 '돈키호테'를 무대에 올렸다. 

누레예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카야발레단에서 활동하다 1961년 프랑스 파리 공연 때 오를리 공항에서 망명했다. 냉전 당시 소련 유명 예술가의 첫 서방 망명으로 기록됐다. 누레예프는 그후 영국 런던 로열발레단에서 활동하면서 ‘춤의 지배자’라 불렸으나 54세이던 1993년 에이즈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블라디미르 우린 볼쇼이극장 대표는 온라인에 올린 동영상에서 “(누레예프 공연은)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설명했으나 그의 동성애를 묘사한 부분이 문제가 된 것으로 외신들은 추측했다. 러시아는 강력한 반 동성애 법안이 마련되어 있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발언만 해도 처벌 대상이다. 

구소련 시절 외국으로 망명한 누레예프를 다루는 것을 푸틴 정부가 불편해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지난 5월 공연 연출을 맡은 키릴 세레브레니코프를 예술진흥기금 횡령 혐의로 구금했다. 세레브레니코프는 정부의 예술작품 검열을 비판해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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