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라인 경제학이 빛을 발하는데, 러시아가 주범
파이프라인 경제학이 빛을 발하는데, 러시아가 주범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6.05.1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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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무기화라는 단어는 70년대 통하던 것이고, 자원무기와도 오래 전 이야기다. 이제는 한마디로 에너지 무기화다.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도, 국가인프라도,생활도 올 스톱이다. 그것도 국제원유값이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면서 에너지 무기화는 이제 고유명사가 될 전망이다.

에너지를 놓고 움직이는 국제 정세를 보면 파이프라인 경제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석유나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에 의해 국가 경제나 국제경제가 휘청휘청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자국산 천연가스를 대량 수입하는 유럽 각국을 향해 파이프 라인을 잠그겠다고 위협하는 것도 그렇고, 남미 자원부국 베네주엘라도 파이프라인 운운한다.

뉴욕 타임스는 14일 "파이프라인이 국제 정치학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부국이 언제라도 공급 밸브를 잠가 수입국을 쩔쩔매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제 파이프라인이 등장한 것은 벌써 100여 년 전이다. 그러나 낮은 에너지 가격과 대형 유조선에 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러시아는 걸핏하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들고 나온다. 좌파 성향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남미 통합'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놓겠다며 미국의 신경을 건드린다.

21세기 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나누는 기준은 돈이 아니라 에너지다. 그래서 파이프라인 경제학이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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