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경제적으로도 슬슬 신냉전 시대로
미국과 러시아, 경제적으로도 슬슬 신냉전 시대로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6.05.20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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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스 저널은 20세기 '냉전'을 방불케 하는 미국과 러시아의 정치·외교적 대립이 양국 간 경제관계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확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적 대립으로 경제협력이 원할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은 국익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 미국이나 유엔이 자주 사용하는 경제봉쇄가 대표적이다. 당근 피해국도 가해국에 대해 경제적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때는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나라가 유리한 것. 그러나 원유가 상승으로 칼자루를 쥔 러시아도 이전의 미국에게 만만치 않는 상대가 돼 두 나라의 경제적 대치는 경제적 신냉전으로 빠져드는 셈이다.

러시아는 다 알다시피 미국이 자신들의 숙원인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발끈, 최근들어 국영기업을 동원해 미국 기업을 옥죄고 나섰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다.

월스트리스저널의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한국경제신문의 보도, 퍼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100억달러가 넘는 러시아 내 비즈니스에 미국 기업 참여를 원천봉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고르 슈바로프 러시아 대통령 경제자문역은 WTO 가입을 위한 양자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미국 고위관리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혹평하는 일들이 양국 간 비즈니스를 망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20억달러 규모의 슈톡만 천연가스 프로젝트 입찰에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같은 미국 기업이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가 계획 중인 30억달러어치의 항공기 구매도 보잉이 아닌 에어버스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압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기업들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들 비즈니스와 관련, 사업 참여나 수주에 낙관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천연가스나 항공기 구매 결정이 미뤄지자 러시아가 발주회사를 통해 미국 정부를 견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 정통한 워싱턴의 자문그룹들은 "러시아가 미국 정부의 발언에 따라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줄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옛 소련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면서 촉발됐다.

미국이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을 지지, 친서방 정권인 유셴코 정부가 들어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적극 지원한 것이 표면적인 계기가 됐다.

위기감을 느낀 러시아는 지난 1월 우크라이나에 대해 가스공급을 중단하고 이어 3월엔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친러 정당 승리를 돕는 식으로 대응했다.

또 이란 핵문제 해결 방안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원 문제,벨로루시 대선의 유·무효 논쟁 등에서 한치의 양보 없는 외교 전쟁을 벌여왔다.

이달 초에는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딕 체니 미 부통령이 푸틴을 직접 비판하는 연설을 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도 '신냉전'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미국을 향해 가시돋친 발언을 할 정도였다.

이런 양국 간 대치가 결국 WTO 가입을 위한 양국 간 협상과 러시아 내 투자 문제로 불이 옮겨붙은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가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확대함에 따라서 외국과의 비즈니스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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