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로 표시되는 석유천연가스 거래소도 설치하면
루블화로 표시되는 석유천연가스 거래소도 설치하면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6.05.29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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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0일 상·하원합동회의에서는 루블화로만 표시되는 석유·천연가스 거래소의 설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루블화의 국제 통화 실현 의지를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 1월 외환시장 규제 철폐 시한을 7월로 제시한 데 뒤이은 것으로 루블화의 태환화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하원은 24일 국내 모든 상점에서 달러화 등 외국 통화로 가격 표시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적으로 태환화 조치를 취한 것이다.

러시아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루블화의 초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면서 미국 달러화나 독일 마르크화가 대체통화로 사용됐다. 1998년 경제위기(디폴트·지불 유예) 이후 러시아는 기업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의 25%를 중앙은행에 예치토록 하는 등 외환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고유가 덕분에 ‘오일머니’가 급속 유입되며 경제가 성장궤도에 오르면서 루블화 가치가 마냥 치솟고 있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1998년 150억달러에서 올해 2300억달러로 증가했다. 루블화는 올해에만 달러화 대비 거의 7%가 평가절상됐다.

러시아가 예정대로 내년에 루블화로만 거래되는 석유·가스 거래소를 설립할 경우,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구입하는 각국은 달러가 아닌 루블화를 보유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다. 이는 달러의 위상을 약화시켜 미국측에 상당한 정치·경제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對)러 에너지 의존율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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