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반대하는 구 공화국에 친 러샤 미니소국 만든다
러시아에 반대하는 구 공화국에 친 러샤 미니소국 만든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6.06.0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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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의 민족공화국 속에서 탄압을 받던 민족자치주가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도 한동안 대책없는 독립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과거 한 핏줄처럼 지냈던 민족공화국들이 사사건건 대립적 감정을 보이자 이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민족자치주의 독립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물론 과거 유고연방의 축이었던 몬테네그로가 국민투표를 통해 세르비아가 결별하는 독립을 공식 선언한데 따른 움직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일시적 감정으로 보기에는 주변 국제정치적 역학관계가 복잡하다.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에 따르면 구 소련의 민족공화국이었던 몰도바 내의 친 러시아 자치지역인 트란스드네스트르(인구 55만명)가 몬테네그로의 선례를 따라 오는 9월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은 러시아어를 쓰는 지역이고, 러샤 핏줄이 많이 살고 있어 친 러샤 자치주로 불렸다. 1990년대 초반 루마니아계인 몰도바 정부와의 독립전쟁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독립을 쟁취했지만, 아직 국제사회의 공인을 얻지 못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그루지야의 독립에 반대하며 정부군과 독립전쟁을 치른 압하지야(인구 25만명)와 남오세티야(〃 7만명)도 같은 입장이다. 러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다른 민족의 탄압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그루지야가 최근 공개적으로 반 러시아 노선을 걸으면서 러시아측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그루지야내 러샤 민족을 보호하고, 그쪽에 친 러샤 정부를 세워 목에 가시처럼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카스피해 자원을 놓고 대립을 벌이는 이슬람계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치른 아르메니아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14만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관측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기존 국가의 영토 보전’이란 원칙을 내세우며 이들의 분리·독립 열망을 억눌러 왔다. 러시아조차도 자국 내 분리·독립을 꿈꾸는 체첸 탓에, 이들의 독립을 드러내놓고 돕지를 못했다.

하지만 몰도바·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이 친(親)서방 정책으로 사사건건 러시아와 대립하자, 러시아도 생각을 바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구 유고연방의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운동을 벌여온 코소보를 언급하며 “코소보의 알바니아인들이 독립한다면, 같은 계열의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는 왜 못하느냐”며 이들의 독립을 공개 지지했다. 그루지야에 대한 견제 장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엔 감시하에 이뤄진 구(舊)유고연방 국가들의 독립은 독특한 사례였다”며 “초미니 국가들의 잇따른 독립은 인종·영토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러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회의 분석가 드미트리 수슬로프도 “자칫하면 성장 가능성이 없는 소국들만이 양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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