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과거 유고연방의 축이었던 몬테네그로가 국민투표를 통해 세르비아가 결별하는 독립을 공식 선언한데 따른 움직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일시적 감정으로 보기에는 주변 국제정치적 역학관계가 복잡하다.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에 따르면 구 소련의 민족공화국이었던 몰도바 내의 친 러시아 자치지역인 트란스드네스트르(인구 55만명)가 몬테네그로의 선례를 따라 오는 9월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은 러시아어를 쓰는 지역이고, 러샤 핏줄이 많이 살고 있어 친 러샤 자치주로 불렸다. 1990년대 초반 루마니아계인 몰도바 정부와의 독립전쟁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독립을 쟁취했지만, 아직 국제사회의 공인을 얻지 못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그루지야의 독립에 반대하며 정부군과 독립전쟁을 치른 압하지야(인구 25만명)와 남오세티야(〃 7만명)도 같은 입장이다. 러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다른 민족의 탄압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그루지야가 최근 공개적으로 반 러시아 노선을 걸으면서 러시아측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그루지야내 러샤 민족을 보호하고, 그쪽에 친 러샤 정부를 세워 목에 가시처럼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카스피해 자원을 놓고 대립을 벌이는 이슬람계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치른 아르메니아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14만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관측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기존 국가의 영토 보전’이란 원칙을 내세우며 이들의 분리·독립 열망을 억눌러 왔다. 러시아조차도 자국 내 분리·독립을 꿈꾸는 체첸 탓에, 이들의 독립을 드러내놓고 돕지를 못했다.
하지만 몰도바·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이 친(親)서방 정책으로 사사건건 러시아와 대립하자, 러시아도 생각을 바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구 유고연방의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운동을 벌여온 코소보를 언급하며 “코소보의 알바니아인들이 독립한다면, 같은 계열의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는 왜 못하느냐”며 이들의 독립을 공개 지지했다. 그루지야에 대한 견제 장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엔 감시하에 이뤄진 구(舊)유고연방 국가들의 독립은 독특한 사례였다”며 “초미니 국가들의 잇따른 독립은 인종·영토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러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회의 분석가 드미트리 수슬로프도 “자칫하면 성장 가능성이 없는 소국들만이 양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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