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들의 실수
외교관들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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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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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8개국(G8) 외무장관 점심식사 자리에서 20분 이상 말다툼을 벌였다. 누군가의 실수로 마이크를 끄지 않은 탓에 설전은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여과없이 생중계됐다. 정식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세계정세를 보는 두 사람의 시각이 서로 다르고, 갈등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됐다.

가장 큰 현안인 역시 이라크 치안 상태. 막바지 치안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과 최근 외교관 4사람을 잃은 러시아간에 이해일치를 보기는 근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라이스 장관이 “이라크 관련 G8 정상회담 결의문은 신생 이라크 정부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라브로프는 “이라크의 새 지도자들이 국민화합을 위해 충분히 한 것이 없다”고 엇박자를 놨다.

이에 라이스가 쏘아붙였다. “이라크인의 형제와 자매가 죽어가는 마당에 우리가 모스크바나 워싱턴에 앉아서 국민 화해를 위해 더 노력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생뚱맞다고 본다.”

이번엔 라브로프 장관 차례. 이라크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을 겨냥, "이라크에서 납치·살해당한 외교관들을 대신해서 미국과 캐나다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라이스 장관은 "당신 나라 외교관들이 야만적으로 살해당한 민감한 시기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외교관 보호만이 문제는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러시아 외교관 살해 문제를 G8 결의문에 삽입하는 문제를 놓고서는 라이스가 “마치 외교관의 안전을 위한 신속한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며 삭제를 주문했다. 그래서 라브로프가 “외교 사절에 대한 치안을 개선할 필요성”으로 표현을 바꾸자고 하자, 라이스가 말을 잘랐다. “세르게이, 이라크 치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 되지, (군인과 기자들이 죽어가는 마당에) 굳이 외교관 피살 사건을 별개로 다루어야 하겠소.”

반면 라이스가 이라크 지원을 위한 국제협약을 승인받으려 하자 라브로프 장관은 "이봐요, 콘디! 우리는 원조계획을 구상할 때 한 정부에서 승인한 것을 자동으로 승인하지 않는다"며 딴지를 걸었다.

취재 기자들은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오찬이 끝난 뒤, 이런 과정을 알지 못하는 미 국무부 대변인은 두 사람의 오찬 회동에 대해 “어떠한 마찰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취재기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사례가 정부관리들이 비공개 회의내용을 대중(기자)에게 전달하면서 어떻게 조작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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