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러시아는 8월까지 부채 213억 달러와 조기상환 수수료 10억 달러 등 총 223억 달러를 지급, 모든 국가 채무를 청산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1998년 소위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면서 신용이 크게 떨어졌던 러시아가 채무국의 범위를 넘어 채권국으로 더 큰소리를 치게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리클럽의 가장 큰 목표는 '빚을 최대한 받아내는 것'이었다. 거액의 돈을 빌려갔던 가난한 나라들이 "사정이 어려우니 빚을 좀 탕감해 달라"고 읍소하는가 하면, 일부 국가는 "빚을 도저히 못 갚겠다"며 배짱을 부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러시아도 들어 있었다. 채무재조정이 주요 재무장관, 정상회담의 테이블에 의제로 올라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너도나도 "최대한 빨리 갚아 버리겠다"고 나서면서 파리클럽이 손을 내젖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도 올해 4월 21일 45억 달러의 빚을 파리클럽에 마지막으로 송금하면서 채무국에서 벗어났다. 300억 달러나 되던 나라 빚을 올 들어 모두 갚아 버린 것이다. 알제리도 6월 한 달에만 43억 달러의 빚을 갚았다. 나머지 36억 달러도 올해 11월까지 모두 갚을 계획이다.
러시아가 거액의 빚을 일거에 갚을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배럴당 70달러까지 치솟은 기름값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경우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면서 외환보유액이 1998년 150억 달러에서 올해 2300억 달러로 1500% 이상으로 급증했다. 사회안전망 확충과 서민복지 증진을 위한 석유안정화기금도 700억 달러나 쌓였다. 이런 상황에서 고율의 이자를 계속 내느니 차라리 돈이 남아돌 때 갚아 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리클럽 회원국들이 돈을 받는다고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빚을 갚겠다는 데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한 무형의 손실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대부분의 채무국들이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취약한 상황에서 파리클럽은 그동안 채권 유예나 탕감 등의 카드를 통해 적잖은 압박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지렛대가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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