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상트 G8정상회담에서 냉대를 받을 수도
부시, 상트 G8정상회담에서 냉대를 받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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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0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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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주요 8개국(G8) 연례 정상회담이 열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서 국제사회에 우뚝 선 러시아의 모습이 부각되길 원한다.

반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에 대해 러시아가 미국을 지지해 주고, 에너지 협력 부문에서 미국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두 정상의 동상이몽으로 인해 이번 행사에서 미.러 관계에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미.러는 불편한 관계다. 러시아의 이라크 전쟁 반대, 푸틴의 통치 스타일을 겨냥한 미국의 계속된 비난, 옛 소련 공화국들의 선거를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대한 미국의 미지근한 지지 등등. 이런 일련의 현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고 현재 최악의 상황에 처한 부시-푸틴 시대의 양국 관계를 웅변해 준다. 부시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면 이런 갈등 현안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 뻔하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올 5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러시아 정책들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반개혁 세력들은 최근 10년간 러시아가 이룬 성과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러시아 정부는 신앙과 언론 자유에서 정당 활동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체니 부통령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주변국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어떠한 합법적 이익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 발전을 후퇴시키고 에너지 자원을 주변국들에 대한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해 온 러시아의 행태에 미국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핵 문제를 풀려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노력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는 중국보다 덜 적극적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과 이란의 외교 갈등이 유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이자 최대 가스 공급국인 러시아는 고유가 상황에서 어부지리로 이익을 챙겼다. 반면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고유가로 인한 부담이 더 커졌다.

둘째, 이란이 핵 개발에 성공하면 러시아의 기업들은 원자로 건설 계약을 따낼 수 있다.

셋째, 미국의 대(對)북한 정책에 중국이 반대하는 것처럼 러시아는 남부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압력에 부정적이다. 물론 러시아도 인접한 이란의 핵무장을 원치 않지만, 국제사회의 압력만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이란의 핵무장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 한편 이란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

미국은 러시아가 급속하게 팽창하는 중국과 에너지 부문에서 유대를 강화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다. 러시아 관리들은 최근 미국이 러시아의 WTO 가입을 적극 지지하지 않는다면 베링해 가스전 개발사업에 미국 기업을 대신해 중국 기업이 참여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부시 행정부는 G8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러시아에 압력을 가해 이란의 핵과 에너지 부문에서 푸틴 정부의 양보를 얻어 내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선제 압력 전략'은 4월 부시-후진타오(胡錦濤) 정상회담 때도 일부 효과를 봤다.

그러나 같은 전략이 이번에 러시아에도 먹힐 것 같지는 않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는 데다 지지율도 70%를 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아쉬울 이유가 없다. 한여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는 미국과 EU 정상들은 때 아니게 차가운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

이언 브레머 국제정치 컨설팅회사 유라시아 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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