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로 위험하다고? 그래서 항로 바꾸니 불편하기 그지 없다
미사일로 위험하다고? 그래서 항로 바꾸니 불편하기 그지 없다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06.07.08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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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항공로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엊그제 조선 동아 등 일부 신문은 미사일이 날라간 지역으로 30분전쯤 아시아나 항공기가 날아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우리 정부는 북한측이 그 지역으로 날아다닌 항공기에 대한 대피령을 내리지 못했다며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그러다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이틀이 지난 7일에야 미사일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영해를 지나는 여객기의 항로 변경을 지시했다. 북한 영해를 통과하는 대신 일본을 거치는 항로를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 사이에 5일 14편을 포함, 항공기 수십 편이 북한 영해를 통과했다.

국민감정으로 보면 이런 사실은 정부의 무책임함에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북한이 다시 남침한다는 사실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상상으로만 존재한다.

왜 그런가?
우선 비행기와 미사일은 고도가 다르다. 그렇게 맞을 확율은 비행기가 벼락이나 다른 물체와 충돌할 확률과 다름없다. 항공안전본부 최재길 운항기술국장은 "미사일은 비행고도가 항공기보다 워낙 높고 북한이 자국 영공에 들어오는 비행기에 대해 제대로 관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행 안전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대포동 미사일의 경우 정상발사됐다면 3~5분 뒤 고도가 300㎞로 오르고 그 뒤 최고 1000㎞까지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스커드 미사일도 고도가 100㎞ 이상이다. 반면 여객기는 통상 10~12㎞ 높이로 비행한다.

또 날아온 하늘은 북한의 관제하에 있다. 전쟁을 치르지 않는 다음에야 뻔히 자국영공으로 항공기가 들어오는 걸 보면서 미사일을 발사할 이유가 없다. 또 언제쯤 자국 영공내로 항공기가 들어올 것인지 뻔히 안다. 그래서 발사 30분전에 아시아나 항공기가 날아갔고, 그 다음에 미사일이 발사된 것이다. 혹시 30분 연착했다면? 하고 전제를 달지만, 북한 관제탑은 비행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걸 모른다는 사실마저 인정한 다음에야 가능한 전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지만, 진짜 무식한 전개다.

물론 북한 편을 들겠다는 게 아니다. 그건 기본이다. 전쟁중에도 민항기를 추락시키면 난리가 나는데, 전쟁중이 아닌, 그것도 테러가 아닌 다음에야 미사일을 쏘겠는가?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부터 11일까지 시험 발사 해역의 선박 운행과 비행 자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건 자국 영공내의 이야기다. 우리가 청와대 주변을 비행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듯이, 일정 지역에 군사훈련에 들어가면 민간인 통제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건교부는 비난이 일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사 관계자와 회의를 열어 7일부터 항로를 변경키로 했다. 관련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조치가 늦었다면서.

항로 변경에 따른 비용증가 문제도 만만찮다. 이번 항로는 주로 블라디보스톡 캄차카 지역을 비행하거나. 북미지역을 비행하는 항로다. 과거에는 모스크바 유럽노선도 그쪽을 택했으나 비용문제로 중국영공을 통과해 바로 몽골쪽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바뀐 이유는 역시 비용문제다. 30분내지 1시간이 빨리지니 연료소모도 덜하고, 연료를 덜 실으니 비행기가 가볍다. 여러모로 경제적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북미를 다니는 항공기들은 러시아 캄차카 반도→북한 영공→인천공항으로 이어지는 캄차카 항로를 이용할 수 없다. 당근 미국 서부에서 출발하는 경우 사용되며 알래스카 아래쪽을 지나 일본 나리타와 우리나라 포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온다. 캄차카 항로를 태평양 항로로 바꾸면 비행시간이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가량 늘어난다. 그만큼 비행기 기름을 많이 실어야 하기 때문에 승객이 실을 수 있는 화물량도 줄어든다. 비경제적이다. 별로 위험하지도않는데 기름값도 비싼 요즘 그렇게 멀리 돌아다녀야 할 이유가 없다. 일부 언론의 무식함때문에 국가 효율은 자꾸만 낮아진다. 미친 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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