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
북한 미사일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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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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븍한 미사일 발사 문제를 보는 시각은 우리에게는 늘 양분법이다. 안된다고 괜찮다다. 그리고 두 시각은 서로 으르렁댄다. 그렇다면 이런 시각은 어떨까?

독일의 유력일간지 다차이트의 발행인 요제프 요페의 시각이다. 아시아는 지금 유럽의 19세기를 경험하고 있다. 영국은 균형자역할, 독일은 새로운 강국, 프랑스는 다시 영향력을 꿈꾸는 쇠락한 강국이었는데, 이게 미국과 중국/인도 와 러시아로 나뉘고, 그 와중에 폭발력 강한 북한의 존재(다시 말하면 1,2차 대전을 촉발시킨 발칸의 어떤 나라/공국)가 있고.. 유럽의 위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폭발력 강한 지역/국가를 미리미리 제어해야 한다는 시각..

중앙일보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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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다. 같은 날 이탈리아는 독일을 2대0으로 제치고 월드컵 결승에 올랐다. '쏜다'는 말밖에는(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이탈리아는 골을 쐈다) 서로 공통점이 없는 이 두 가지 사건은 유럽과 아시아의 현재 상황을 상징한다.

지난 500년간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참혹하고 긴 전쟁의 무대였다. 하지만 요즘 유럽인들은 다른 국가를 걷어차는 대신에 축구공을 찬다. 사람들은 여전히 국가를 상징하는 색깔을 몸 위에 칠하고 국기를 온몸에 감지만, 참호로 돌진하는 대신 관람석에 앉는다. 호전성은 순화되고 의례화됐다. 무섭게 싸우던 적들은 경기가 끝나면 서로 셔츠를 바꿔 입고, 갈라져 응원하던 팬들은 가까운 맥주집으로 함께 직행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서 볼 수 있듯이 아시아는 다르다. 아시아는 현대화된 사회지만 유럽은 포스트모던한 사회다. 포스트모던한 사회는 민족주의의 불꽃이 다 타버린 사회다. 개인의 자아실현이 민족과 국가에 대한 헌신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유럽은 운이 좋다. 과거 유럽인들은 신앙.이데올로기.민족의 이름으로 수백만 명을 서로 죽였다. 지금은 포르투갈에서 폴란드까지 이어진 유럽연합(EU)이라는 거대한 쇼핑몰에서 쇼핑을 할 뿐이다.

아시아는 서구사회가 19세기와 20세기에 겪었던 일을 겪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 부국들은 유럽 국가들만큼이나 세계 경제와 통합돼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럽과 매우 다르다. 민족주의와 국가안보가 판단의 제1기준이며 주권이 매우 중요시된다. 경제정책까지 민족주의적인 고려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럽은 더 이상 군비 경쟁을 하고 있지 않지만 아시아는 안보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떠오르는 강국 중국은 매년 군비 지출을 10%씩 늘리고 있다. 막 깨어나는 강국 인도는 서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핵 보유국 파키스탄과 동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모두를 걱정한다.

조용히 재무장하고 있는 일본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한 해상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의 위협이 직접적이라고 느끼며, 그 다음 위협으로 중국을 꼽는다. 한국은 휴전선 이북의, 시대에 뒤떨어진 북한을 햇볕정책으로 길들이기를 원한다. 미국은 범태평양 지역에 공식적이고 절대적인 동맹망을 구축해 안정적인 힘의 균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19세기 유럽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의 미국처럼 당시 영국은 지역을 초월한 균형자적 역할을 했다. 독일은 부를 축적하며 점점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의 러시아와 비슷하게 강대국의 지위를 잃어버린 프랑스는 이를 다시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지금의 아시아는 당시 유럽보다 훨씬 복잡하다. 당시 유럽에서 부상하는 강국은 독일 하나였지만 현재 아시아에선 중국과 인도 두 곳이다. 그리고 북한은 약하면서 호전적이고, 위험하면서 뒤처진 복잡한 나라다.

북한은 결코 강국은 아니다. 사정거리 4500㎞(1998년 시험 미사일 기준)라던 미사일은 발사 42초 만에 통제력을 잃고 바다에 추락했다. 북한이 벌써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북한은 핵 강국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경제적.기술적 토대를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98년에 했던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 약속을 이번에 깬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돈만 받을 수 있다면 핵과 미사일 기술을 누구에게나 판다.

그동안 아무 결실 없이 대화만 지속해온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억제할 때가 됐다. 한국과 중국도 이젠 일본.미국과 좀 더 협력해야 한다. 지금은 실패했더라도 언젠가는 대포동 미사일이 사정거리 4500㎞를 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요제프 요페 독일 디차이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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