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미국에게 보낸 카운터 펀치는 조롱?
푸틴이 미국에게 보낸 카운터 펀치는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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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1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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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의 공세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G8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 미국 공세를 강화했다. 이번에는 대 언론전이다.

주요 정상회담을 앞두면 정상들은 의례적으로 방송 인터뷰를 갖는다. 생방송이든, 녹화방송이든.. 이번에도 미국 NBC에서는 푸틴 대통령 회견을 잡았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작심한 듯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12일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기자가 "체니가 '러시아의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고 공격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푸틴은 기다렸다는 듯 "내 생각엔 당신네 부통령의 그런 언급은 '사냥터의 오인 사격(unsuccessful hunting shot)'과 같은 것"이라고 답했다.

체니는 지난 2월 메추라기 사냥을 하다 실수로 동료를 쏜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점을 비꼰 것이다.

체니가 공격 대상이 된 이유는 자명하다. 그는 지난 5월 초 리투아니아와 카자흐스탄을 잇따라 방문해 "러시아가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에너지 자원을 공갈.협박에 쓴다"고 거칠게 공격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은 푸틴은 직접 대응을 자제한 대신 수하를 내보냈다. 격이 안 맞다고 생각한 것. 그래서 그의 오른팔인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행정부실장이 "(체니가) 러시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푸틴은 G8을 앞두고 마치 대선전에서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리듯 체니를 한방 먹였다. 그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시각이다. 북한 미사일 문제가 안보리에 올라 있고, 이란 핵문제가 미국과의 타협에서 골치 아프게 됐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이라크내 외교관 피살 문제 등도 카운터 펀치를 날려야 할 시점임을 보여준다. G8에서 상대해야 할 부시 대통령에 대한 기선제압 성격도 강하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푸틴이 서방세계에 '러시아 국내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가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규제강화법을 만들든, 언론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든 '신경 끄라'는 얘기다. G8 정상회의에서 이런 주제가 거론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이날 프랑스.캐나다 방송과도 인터뷰를 했다.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100년 전 식민주의 국가들은 '문명화'를 내세우며 아시아.아프리카 침략을 정당화했다"며 "'문명화'란 단어만 '민주화'로 바꾸면 오늘날에도 똑같은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식이다.

"간선제로 대통령을 뽑는 미국과 직선제인 러시아 중에서 어디가 더 민주적이냐"고도 했다.

푸틴의 서방에 대한 반격으로 가뜩이나 이견이 많은 이번 G8 정상회의는 먹구름이 더 끼게 됐다. AP통신은 "체니의 러시아 비판과 푸틴의 신랄한 반응은 미-러 관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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