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부시와 푸틴의 민주주의 신경전
끝나지 않는 부시와 푸틴의 민주주의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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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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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 북한 결의안 채택을 전후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분위기는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만큼 긴박하고 분주했다. 국제 질서를 좌지우지하는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들이 연례 정상회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15일 북한 미사일 문제 등 각종 현안을 놓고 개별 회담을 가진 데 이어 16일부터 에너지 안보 등을 의제로 삼아 정상회의를 시작했다.

G8 정상들은 16일 1차 회의를 마친 후 “국제적인 에너지 안보를 위해 투명과 효율성이 보장되는 에너지시장을 만드는 데 상호협력하자”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17일에도 전염병 방지 대책과 교육문제 등을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여전히 냉랭한 미-러관계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회담에서 대북 안보리 결의안과 관련해 ‘공통된 언어’를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일본이 제의한 대북 결의안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긍했다. 양자 회담이 끝난 후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됐다.

그러나 미-러 정상회담 후 두 대통령은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언론과 종교의 자유에 진전이 있다고 언급하자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이 이식한) 이라크에서와 같은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친 것. 그는 “러시아는 어떠한 십자군전쟁도, 어떠한 ‘성스러운 연합’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주도의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을 겨냥했다. 당초 정상회의 시작 전에 체결될 것으로 기대됐던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미국과의 양자 협정도 미뤄졌다. 올해 안에 이 협정이 체결되기만 하면 내년 3월로 예정된 러시아의 WTO 가입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러시아는 “미국이 끝까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폭격하는 중동문제에 관해서도 두 정상은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 대통령은 “이번 싸움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하고 로켓 공격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공격을 중단하도록 시리아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헤즈볼라의 폭력과 납치 행위는 용납할 수 없지만 이스라엘의 대응방식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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