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G8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400여명의 기자들은 매우 이례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쳤다. “여러분이 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에 대한 좋은 얘기를 써주길 바라서가 아니라 여러분의 일이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라는 푸틴 대통령의 인사말이 끝난 직후였다.
해외 언론은 그동안 러시아 민주주의의 후퇴 등을 들어 푸틴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G8 정상회의를 통해 푸틴 대통령은 해외 언론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흘 동안의 정상회의 기간 중 푸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손에 넣은 전리품이다.
물론 회의 기간 푸틴 대통령은 단연 돋보였다. 부시 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솔직히 이라크식의 민주주의를 원하지는 않는다”며 재치있는 역공을 펼쳤다. 러시아 내 인권문제를 우려하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도 교묘하고 노련하게 빠져나갔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 내내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이었지만 러시아는 미국과의 협상 결렬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러시아 경제는 고 유가 덕에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빈부격차 역시 극심한 수준이다. 푸틴 대통령이 회의 기간 내내 보여준 열린 자세와 밝은 이미지에도 서방권은 러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쉽사리 거둘 것 같지 않다.
G8정상회의는 푸틴으로 빛이나고 매끄러웠지만 러시아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스테판 니콜라 UPI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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