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앙숙' 러시아와영국, 냉전이후 비 외교관 추방 사건을 들쳐보니..
'유럽의 앙숙' 러시아와영국, 냉전이후 비 외교관 추방 사건을 들쳐보니..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3.16 07:39
  • 댓글 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세기 세계역사에서 영국과 러시아는 유럽 패권을 둘러싼 앙숙이었다고 할 만하다. 독일제국이 아직 유럽의 한 축으로 등장하기 전이다. 2차 대전 후 패배한 독일이 다시 일어서기 전까지 유럽 냉전의 두 축은 승전국인 영국과 러시아였다. 영국이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외교관 추방 조치를 내리자, 양국간에 '자존심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역사를 되집어 보면 그럴싸한 논리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4일 주영 러시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 23명에 대한 추방 조치를 내리자, 러시아 측도 "우리 쪽 대응도 곧 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번 추방 조치로 주영 러시아 대사관 인력의 40%가 사라진다고 한다. '23명 추방'은 1971년 이래 영국 정부가 러시아(구 소련)에 취한 최대 규모다.



과거에도 양국은 스파이 추방과 맞추방을 반복해 왔다. 그만큼 양국이 자존심을 걸고 스파이 전을 벌였다. 영국 정보기관 MI5를 축으로 하는 유명 첩보 소설및 영화가 인기를 끈 이유이기도 하다. 냉전 초기였던 1960년대 영국의 정보기관 MI5는 영국 내 소련 외교관과 배우자가 1,000명이나 되는 것에 크게 우려했다. 상당수가 스파이 활동을 하는 게 분명했다. 때마침 소련 대사관내 무역대표부 소속 직원으로 등록된 올레그 라이얼린이 영국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양국 간 전쟁 시, 지하철과 댐 등 주요 시설 파괴와 요인 암살을 맡은 소련 정보기관 KGB의 영국 책임자였다.

넘쳐나는 비 외교관 추방할 구실을 찾던 영국 정부는 전격적으로 '풋 작전(Operation Foot)'을 전개해 1971년 9월 24일 소련 스파이 105명을 쫓아냈다. 당시 안드레이 그로미코 소련 외무장관은 "스파이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맞섰지만, 완전히 허를 찔렸다고 한다. 이때 붕괴된 소련의 첩보 능력은 구 소련 붕괴(1991년) 시점까지 복원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또 한차례 스파이 청소 대작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1985년 9월에 진행된 '임베이스(Embase) 작전'이다. 소련 대사관의 KGB 대표였던 올레그 고르디에프스키가 귀국 후 영국에서 암약하는 소련 스파이 명단을 비밀리에 영국 측에 넘겼다. 영국은 그를 주 모스크바 영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차량의 트렁크에 숨겨 영국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그 이후 영국은 두 차례에 걸쳐 31명의 소련 외교관을 '스파이' 혐의로 추방했다. 이때는 소련도 같은 수의 축출로 맞섰다. 

영국과 러시아는 구소련 붕괴전까지 1989년 5월 한 차례 더 같은 수의 외교관과 기자를 맞추방했다. 러시아 출범 뒤인 1996년 5월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가장 최근에는 2007년 7월, 러시아 FSB 전직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독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이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했고, 러시아도 이에 보복했다. 이중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으로 양국 스파이 맞추방 사건이 또 한차례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진희 2018-03-16 07:46:40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4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그들은 뉴욕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책임을 거론했다. 헤일리 대사는 또 "이번 사건에 대해 즉각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이번 사건이 터진 영국 솔즈베리가 러시아 화학무기 사용의 마지막 장소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뉴욕이든, 안보리 회원국의 도시 어디서든 사용될 수 있다. 지금은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희 2018-03-16 07:43:56
미국, 프랑스, 독일 정상들이 영국 정부와 함께 러시아의 신경작용제 공격을 비난하는 공동 성명을 15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 메르켈 총리와 메이 총리는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 책임을 배제하는 그 어떤 다른 설명은 가능하지 않다"며 "러시아 독극물이 영국 땅에서 사용된 데 대한 영국의 정당한 해명 요구를 러시아가 응하지 않은 사실이 '배후 책임 의혹을 한층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정상들은 화학무기 사용은 "영국 주권에 대한 공격"이며 "국제법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희 2018-03-16 07:36:24
영국의 강경 대응에 프랑스는 미국과 독일 등과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인 벤자민 그리보는 “어떤 조치를 결정하기는 너무 이르며 러시아의 개입이 입증돼야만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노선은 러시아와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노선과 일치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마크롱은 모스크바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러시아와 경제 및 문화 관계의 복원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시리아나 우크라이나 문제, 인권 문제가 양국 관계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진희 2018-03-16 07:46:40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4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그들은 뉴욕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책임을 거론했다. 헤일리 대사는 또 "이번 사건에 대해 즉각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이번 사건이 터진 영국 솔즈베리가 러시아 화학무기 사용의 마지막 장소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뉴욕이든, 안보리 회원국의 도시 어디서든 사용될 수 있다. 지금은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희 2018-03-16 07:43:56
미국, 프랑스, 독일 정상들이 영국 정부와 함께 러시아의 신경작용제 공격을 비난하는 공동 성명을 15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 메르켈 총리와 메이 총리는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 책임을 배제하는 그 어떤 다른 설명은 가능하지 않다"며 "러시아 독극물이 영국 땅에서 사용된 데 대한 영국의 정당한 해명 요구를 러시아가 응하지 않은 사실이 '배후 책임 의혹을 한층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정상들은 화학무기 사용은 "영국 주권에 대한 공격"이며 "국제법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