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불타고 있는데, 문이 안열려요!" 케메로보 화재서 안타까운 사연
"주변이 불타고 있는데, 문이 안열려요!" 케메로보 화재서 안타까운 사연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3.27 0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게 마지막 문자가 될 것 같아요…안녕!"
“이모, 모든 물건이 불에 타고 있는데 문이 안 열려요. 어떻게 하죠.”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케메로보의 ‘겨울 체리’ 쇼핑몰 화재가 19시간여만에 진압되자 희생자들이 남긴 안타까운 사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 비상벨이 울리지 않는 등 한국의 잦은 화재사고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사고 역시 '인재'로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는 사실도 현지 언론을 통해 지적되고 있다.



주말이었던 지난 25일 같은 반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왔던 비카 포찬키나(12)는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문이 안 열린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이모는 “일단 옷을 벗어 코를 막아라”고 했지만 소녀는 힘없이 “이모, 가족들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줘. 엄마한테 내가 사랑한다고 전해줘”라고 대답한 뒤 전화가 끊겼다.

또 13세 소녀 마샤는 불길에 갇힌 채 부모와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주변이 온통 불타고 있어요"라고 다급하게 메지시를 보내고 몇 분 뒤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안녕!"이라고 이별을 고했다. 그 뒤 마샤는 더 이상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번 화재는 영화관이 있던 쇼핑몰 4층에서 발화해 순식간에 4층을 휩쓸면서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던 아이들은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당시의 절박함을 말해주듯 희생자들이 영화 상영관 입구나 비상 탈출구 주변에서 심하게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는 4층의 영화관 3곳 중 2곳이 무너져 내렸으며,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최소 64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실종자도 여전히 수십명에 이른다. 

주변에 있던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에는 한 젊은이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3층 창문 아래로 몸을 던지는 장면, 또 불을 피해 4층 난간으로 나온 한 소년이 창턱을 간신히 붙잡고 버티다 결국 힘이 빠져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소년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가족과 함께 4층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던 안나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 영화관 내부에 불이 켜지지 않았고, 영화가 계속 재생됐다”고 전했다. 불은 19시간 만인 26일 오전에야 간신히 잡혔다. 이번 화재는 러시아에서 최근 100년 이내에 발생한 가장 큰 화재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