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그는 누구인가?' 러시아의 정체성 찾기 여정을 밝힌 책이 나왔다
'러시아인 그는 누구인가?' 러시아의 정체성 찾기 여정을 밝힌 책이 나왔다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5.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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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 붕괴후 소위 '포스트소비에트' 시기에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러시아인들의 고민을 적절하게 해독한 책 '러시아 정체성'(제임스 빌링턴 지음. 박선영 옮김. 그린비 출간. 320쪽. 2만원)이 나왔다. 2004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도 러시아를 파악하는데 유효하다는 평이다. 


지은이 빌링턴은 1987~2015년 무려 28년 동안 미국 의회도서관장을 지냈으며 러시아 문화사 연구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콘과 도끼'(1966)를 펴내기도 했다. 빌링턴은 이 책에서 구 소련 붕괴후 러시아가 새로운 국가로 방향을 잡는 것을 계기로 그동안 러시아 내부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정체성 찾기 여정을 분석했다. 

그는 우선 사회주의 혁명으로 탄생한 소련도 제정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대러시아 민족주의'를 동력으로 전체주의를 유지했다고 본다. 스탈린은 ‘대러시아 쇼비니즘’을 정치적으로 활용했고, 그의 집무실에는 제정러시아의 이반 뇌제, 표트르 대제의 초상화가 마르크스, 레닌의 초상화와 함께 걸려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1년 구 소련을 붕괴시킨 원동력 또한 ‘자아 정체성 찾기’에 몰두하는 러시아인들의 민족적 자부심이었다고 그는 지적한다.

구 소련 붕괴후 러시아는 다시 다양한 민족이 제각각 외치는 민족주의 흐름 앞에 직면했고, 많은 러시아인들은 '너무 많고 거센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앞에서 오히려 강력한 국가를 꿈꿨다. 그 결과, 푸틴 대통령의 '강대국 러시아'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지만, 일부 젊은이는 강한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는 “러시아보다 국가 정체성의 문제에 답하는 데에 지적 에너지를 더 쏟아부었던 국가는 여태껏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이는 제정러시아 시절인 19세기부터의 흐름이었는데, ‘슬라브주의자’와 ‘서구주의자’ 사이의 논쟁이 그 시초다. 정교 신앙, 슬라브 민족성, 공동체적 기구들, 농경 중심의 사회 구성 속에서 러시아 고유의 ‘정신적인 힘’을 찾으려 했던 슬라브주의자들은 자유주의·인민주의·혁명주의 등 서구 이상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서구주의자들과 대립했다.

이런 ‘정체성 찾기’의 노력들은 구 소련에서 문화·종교적 관점, 사회학적·반종교적 관점, 민족·지리적 관점 등으로 갈라지고 이어져 왔다. 빌링턴은 결론적으로 러시아가 슬라브주의 군주제나 소련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결국 국가 안에 여전히 공존하는 상이한 요소를 어떻게 종합하느냐가 러시아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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