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는데 자꾸 3선 연임하라고..푸틴의 고민
싫다는데 자꾸 3선 연임하라고..푸틴의 고민
  • 운영자
  • buyrussia@buyrussia21.com
  • 승인 2006.09.12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는 개인의 영달보다 러시아의 안정을 중시합니다. 이 때문에 현행 헌법을 지키겠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54)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토론 클럽 ‘발다이’와의 회의 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3선(選)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기회 있을 때마다 하고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에서는 그의 3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수록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2004년 재선에 성공한 그의 임기가 2년여밖에 남지 않아 레임덕(권력 누수)이 나옴직도 한데 그에 대한 지지도는 80%에 가깝다. 3선을 희망하는 여론도 60%에 달한다. ‘푸틴신드롬’이라는 그의 인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러시아의 각종 경제지표는 국민들이 푸틴 대통령을 선호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연평균 경제성장률 6% 이상, 국내총생산(GDP) 7,524억달러, 외환보유고 세계 4위, 국민 1인당 실질소득 30% 증가. 이는 옐친 전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개혁’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경제를 파탄시켰던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마리나 벨랴코바(50) 모스크바대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경제를 살린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와 모라토리엄으로 이어진 ‘경제적 악몽’에서 국민을 구해낸 주인공으로 비쳐진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국가 공권력 권위를 회복시켜야 한다”며 방만했던 연방정부 조직을 수술대에 올렸다. 30개 부처를 18개로 축소하고, 공무원 수를 30% 이상 줄였다. 또 소련 국가(國歌)를 부활시켜 공산당의 손을 들어주고, 자신의 정적인 지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수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등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장관들의 현안 보고 때 일대일로 토론하기를 즐긴다. 그가 장관들을 꾸짖는 카리스마는 국익을 위한 철저한 실용주의와 실천 정신이다.

얼마 전 TV 뉴스를 통해 방영된 사건. 연금(年金) 증액문제와 관련, 한 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이 얼굴을 찌푸렸다. 중간에 말을 끊은 푸틴 대통령은 “장관은 생각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 소관 업무를 확실히 파악,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식으로 하라”고 질책했다.

집권 초만 해도 KGB 출신의 푸틴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양국관계를 오히려 대테러 동맹관계로 격상시켰다. 비록 최근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미국의 러시아 민주주의 후퇴론(論) 등을 둘러싸고 양국이 공방을 벌이고는 있지만, 이런 갈등은 두 정상의 친밀함에 묻히는 양상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 간 친밀도의 바로미터인 별장 지기(知己)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8(주요 8개국) 정상회담 때 콘스탄틴궁(宮)과 린스트론 별장으로 부시를 초청했다.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목장 최대 단골은 푸틴 대통령이다.

모스크바=권경복특파원 [ kkb.chosu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